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실업 대란을 막으려면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업 투심 위축에 고용한파 조짐

노사 대립 멈추고 생산성 높일 때

임금·근로시간제 유연화도 필요

경영환경 개선에 여야 협력 절실





몇 달 전만 해도 주가 폭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부동산도 그랬다. 고용은 아직 양호하지만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업률이 올해 8월 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9월에 2.8%로 증가했다. 고용은 보통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경기 변화를 반영하기에 겨울로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주가와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가 금리가 오르면서 이전으로 돌아갔듯이 고용도 거품이 많이 끼여 문제가 심각하다. 금리가 더 오르고 투자와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 고용의 거품이 꺼진다. 이런 상황에 노사가 대립하고 임금이 하방경직적이며 정치 불안으로 정책이 표류하면 실업대란이 발생한다.




경기 침체의 위험이 커진 만큼 고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이미 그렇고 미국도 조짐을 보인다.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지면 고용위기가 닥치고 대비하지 못하면 충격은 더 커진다. 우리나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이 1997년 2.61%에서 1998년 6.96%로 1년 사이 2.7배나 급등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외환위기에 따른 학습효과와 제도 개선 덕분에 실업률이 2008년 2.96%에서 2009년 3.36%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노동법 개정이 번복되면서 실업대란이 발생했고 이후 법이 개정돼 금융위기에는 실업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용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년간 노동시장은 더 경직됐고 일자리는 재정 지원으로 부풀려졌다. 경기 변동에 취약한 저임금 근로자가 많아졌고 강성 노조가 판을 쳤다. 게다가 노동시장의 체력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약화됐지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작아졌다. 고용위기를 막으려면 임금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고 노사가 협력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 고용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정부가 임금 체계와 근로시간 제도라도 개혁하려 하지만 노동계는 반대한다. 야당은 불법 파업에 면책권을 주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제정을 민생 과제라며 강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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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로 인한 고용 충격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유럽과 물가 불안 문제가 비슷함에도 고금리 정책을 쓰지만 고용이 양호해 경기 침체를 막고 있다. 차이는 노동 관련 법제도와 관행에 있다. 미국은 탄력적 노동시장과 협력적 노사 관계로 강한 고용을 유지한다. 하지만 유럽 중에서도 정치가 불안한 남부 국가들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고 노사 관계가 대립적이라 실업의 강도는 크고 지속 기간이 길며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한국과 경제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이 8% 정도에서 26% 정도로 3배 이상 급등했고 청년실업률은 55.46%까지 치솟았으며 2014년 돼서야 감소했다.

어떤 나라든 정치 불안은 경제위기를 증폭시킨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고용위기를 막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야당은 노란봉투법 제정을 철회하는 한편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해야 한다. 재정 확대로 고용 악화를 막으려 하면 금리만 올라가 위기를 오히려 키우게 된다. 노동계도 임금 조정과 근로시간 운용을 유연하게 해 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 노동기본권도 일자리가 있어야 실현된다.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하늘 위를 떠돌고 있다. 고용위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실업대란을 자초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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