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전통주 춘추전국시대, 이제 시작"

'국내 1호 주령사' 이수진 술펀 대표

원소주·버터막걸리 파격 등장에

독과점 주류시장 판도 크게 흔들려

연예인·기획사들도 제조에 관심

10년 내 시장서 비중 20% 될 수도

이수진 술펀 대표이수진 술펀 대표




“지금 전통주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소주와 막걸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막걸리가 ‘대박’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서울에 소규모 막걸리 하우스가 1000개 넘게 생겼죠. 이들이 전통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국내 1호 ‘주령사’ 이수진(사진) 술펀 대표는 19일 서울 수표동 시그니처타워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새로 등장한 전통주들이 술의 다양성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령사란 우리 술과 양조장, 생산자들이 이야기를 알리는 전통주 스토리텔러 및 콘텐츠 전문가를 의미한다. 이 대표가 2014년 술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는 우리 술 플랫폼 ‘술펀’을 창업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다.

이 대표는 전통주 시장에 제3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발원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미 MZ세대는 물론 기존 주당들까지 매료시킨 ‘원소주’. 힙합 가수 박재범이 100% 쌀로만 만든 증류식 소주다. 새로운 것을 찾는 MZ세대에 ‘녹색병’ 희석식 소주와는 차원이 다른 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위 대박을 쳤다. 출시 8개월도 안 돼 170만 병 넘게 팔렸다. 기존 소주 시장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판매량이다. 우리 술도 제대로만 만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외국인이 우리 전통 방식으로 선보인 ‘토끼소주’, 시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을 내는 ‘버터막걸리’ 등 히트작들도 연이어 쏟아졌다. 이제는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그는 “술에 미친 사람들이 기존 정석을 깨면서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며 “술이라고 하면 ‘녹색병(소주)’과 ‘갈색병(맥주)’만 있는 줄 알았던 대중이 ‘다른 것도 있구나’ 하고 자각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술펀 대표이수진 술펀 대표



신개념의 술이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소주는 구상부터 출시까지 5년 이상 걸렸고 예정된 출시 기간을 1년가량 연기하기도 했다. 토끼소주도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준비된 제품이다. 그동안 몇 번이나 뒤집혔고 맛도 바뀌었다. 이 대표는 “지금 뜨고 있는 술들은 최소 5~10년 가까운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탄생한 것들”이라며 “역사책을 쓸 때 당대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을 기록한다면 이들이 바로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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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우리 술들이 일부 업체가 독과점하고 있던 주류 시장의 판도를 확 바꿀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최근 인지도 높은 유명인들을 대거 보유한 엔터테인먼트사가 주류 시장에 진입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러한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상당수의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술을 만드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온라인 판매는 할 수 있는지, 다른 제품은 어떻게 성공했는지 등을 문의하고 있다”며 “어쩌면 방탄소년단(BTS)이 술 사업에 뛰어들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지적재산(IP)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류 전문 업체가 아닌 일반 대기업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실제로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들이 기존 소주 회사를 인수해 위스키 원액 생산에 나설 조짐도 보인다.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다양한 주종에서 다양한 기업이 경쟁하는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통주의 개념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우리 술 하면 탁주·약주 수준에 머물렀다. 이제는 달라졌다. 우리 손으로 만든 소주·위스키·맥주까지 등장하면서 경계선이 흐릿해진 것이다. 그는 “이제는 전통주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맛이 있는지,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어디서 만들었는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변화는 전통주가 성장기를 뜻하는 제이커브 도입부에 올라탔다는 신호로 들린다. 이 대표는 “우리 술이 10년 내 전체 주류 시장의 10~20%, 금액으로는 10조~20조 원대 매출도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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