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와 민주당사 압수수색 등을 두고 독한 말을 주고받으며 프레임 싸움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탄압을 위해 검찰이 수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부패 공모당”이라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검찰 공세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장외투쟁 등도 시사하고 있어 정국은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생이 어렵고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을 야당 탄압에 소진하고 있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대선 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은 명백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남욱이 지난해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이 안 먹히더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재차 호소했다.
검찰의 수사를 ‘조작’이라고 규정한 민주당은 야당 탄압 프레임을 통해 여론전에 돌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며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윤석열 정권이 출범 5개월 만에 권력 놀음에 취해 제멋대로 칼춤을 추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대통령실은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는 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시점에 개시된 만큼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정권과 달리 현 정권의 검찰 수사는 정당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이재명 방탄막이가 됐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법 집행을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막은 것은 또다른 범법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민주당사 전체도 아니고 부패 사무실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겠다는데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자신들이 부패 사범과 한통속, 더불어 부패옹호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치외 법당인가, 소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조직 개편안 등 국정과제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대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수록 민주당은 당의 존폐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진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 추가 구속될 경우 야당의 투쟁 동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는 나온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민주당의 고질적인 내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원내 1당이 민생을 제쳐 두고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위해 총동원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근들도 검찰의 공세에 대한 방어 못지않게 사당화를 지적하는 내부 불만이 나오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설훈 의원은 김 부원장 체포 등과 관련해 예견된 사태였다며 “검찰이 밝힌 혐의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김 부원장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체포 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된 것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이 떨어진 것은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돈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압수수색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실질적 내전 상태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 입장에서 민심까지 잃으면 검찰에 가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면서 “민심이 받쳐주면 설사 구속이 돼도 이기는 싸움이다. 민주당은 초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