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경마장 가는 길’을 집필한 하일지 교수의 소설 ‘누나’가 새롭게 태어났다. 원작의 여러 대목이 수정되고 새로운 일화들이 추가됐고 서사 구조도 달라졌다. 원작에 없던 33점의 그림이 수록돼 제목도 작품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림과 글의 비중이 비슷한 ‘그림 소설’로 다시 쓰여졌고, 그림이 글에 대한 이해를 돕거나 흥미를 더하는 것이 아닌 서로 독립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림과 글은 서로를 조명하고 길항한다. 소설가에서 화가로 거듭난 작가가 그림까지 모두 담당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한국적 무의식이 형상화된 작품 속 배경이 흥미롭다. 1960년대 산업화 전 사람들의 의식을 참담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그려 냈다.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