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 피아니스트들, 경쟁 멈춰야"

'세계적 연주자' 언드라시 시프

"콩쿠르라는 경쟁에 매몰되면

음악 에너지·열정 깎여" 우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사진 제공=마스트미디어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사진 제공=마스트미디어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꼽히는 헝가리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사진)가 한국 연주자들에게 “콩쿠르에 출전하기를 멈추라”는 도발적 조언을 건넸다. 그는 “음악은 위대한 예술의 영역이지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경쟁 자체를 멈춰야 한다고 권했다. 콩쿠르에 매몰돼 음악적 에너지와 열정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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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는 다음 달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여는 4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19일 서울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시프는 평소 후학의 양성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차례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해왔으며 김선욱·조성진·문지영 등 한국인 연주자들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다. 이는 경이로운 일”이라며 “그들은 보호되고 육성돼야만 한다. 경쟁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결선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 오고 있는 정명훈을 언급하며 “우리는 오래전 둘 다 우승하지 못했던 콩쿠르에서 만났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 지휘자가 됐는지 보라”고 말했다. 당시 정명훈은 2위, 시프는 4위를 했다.

다음 달 4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사진 제공=마스트미디어다음 달 4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사진 제공=마스트미디어


시프는 2008년 처음 내한한 이래 꾸준히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에도 리사이틀을 예정했으나 공연 불과 이틀 전 심한 감기 탓에 취소된 바 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열광적인 청중들이며 젊은 관객들이 많다”며 “아직 부산에서 연주해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관객을 만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의 연주회는 특정 곡목을 미리 공개하고 그 순서대로 연주하는 일반적 클래식 공연과 달리 당일 연주 전 현장에서 고른 레퍼토리를 구두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당일 공연장의 음향, 피아노 상태, 관중을 고려해 선곡하며 이번 공연도 ‘바흐·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곡 중에서’라고만 프로그램을 밝혔다. 시프는 이에 대해 “나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는다. 2년 후 오늘의 저녁 식사로 무엇을 선택할지 미리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다. 이런 방식으로 훨씬 큰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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