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단독] 소프트뱅크벤처스, 펀드 만기 앞두고 투자자산 대거 매각

알스퀘어 등 스타트업 12곳 이상 지분 정리 추진

최대 1300억 규모…모태펀드 운용사 자격도 반납

펀드 청산 등 겨냥 해명에도 매각 가능성 재부상

회사 측 "펀드 청산에 따른 일부 구주 매각 차원"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펀드를 통해 투자한 몇몇 투자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의 청산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수그러들던 매각설이 재차 부상하게 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모기업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2분기에 30조 원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해 다양한 구조 조정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21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알스퀘어·퀄슨·버즈니·가우디오랩 등 투자 기업의 지분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매각을 추진하는 투자 자산은 12~13개 스타트업으로 VC들과 자산운용사 등이 인수를 협의하고 있다.매각 목록에 오른 기업들은 단기간 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단행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곳들로 파악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매각 목록에 올린 투자 지분을 성공적으로 넘기면 1200억~13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스타트업 설립 초기인 시리즈A 혹은 시리즈B 라운드의 투자가 많아 수백억 원 수준의 투자 차익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스퀘어 지분 매각 시 500억 원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은 이번 자산 매각이 일부 펀드의 만기를 앞두고 진행하는 청산 작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지분 매각 대상에 오른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소프트뱅크벤처스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투자를 집행한 곳들이고 펀드 만기 역시 내년 초에서 내년 말, 2024년 1월 등으로 가까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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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번 투자 기업 지분 매각이 단순한 펀드 청산 목적을 넘어 최근 불거진 경영권 매각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출범 후 이번처럼 대규모 투자 자산 매각을 추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은 “운용 중인 총 11개의 벤처펀드 중 만기가 도래한 2개 펀드의 청산을 위한 구주 매각 차원으로 이는 지극히 일상적인 펀드 운용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최근 설립 후 처음으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위탁운용사 자격을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VC라면 어떻게든 획득하려는 모태펀드 위탁운용사 지위를 스스로 던지고 알토란 같은 투자 자산들도 대거 매각에 나서자 회사 매각설은 다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신규 펀드 결성을 취소한 것을 두고 업계에 파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측은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을 고려해 펀드 결성을 보류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자체적인 판단보다는 외부 요인이 작용하지 않고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VC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경영권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주요 운용사 지위나 신규 펀드 결성을 포기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벤처 모태펀드의 위탁운용사 자격을 반납하는 것은 주요 출자자(LP)와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며 향후 투자 활동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년 중 신규 펀드 결성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투자 자산 매각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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