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단독] LGU+ 회사채 미매각…6.2% 내건 한화솔루션은 주문 '제로'

■채권시장 사실상 마비

레고랜드發 충격파 회사채 강타

AA급 우량社조차 "팔리면 다행"

가산금리 기본 100bp부터 시작

한전채 연일 쏟아져 '유동성 고갈'

"정책자금 실질적 공급 믿음줘야"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 시장을 경색시킨 데 이어 이미 얼어붙어 있던 회사채 시장마저 마비시키는 모습이다. 빅3 통신사로 한번도 회사채 발행 시 미매각이 없던 LG유플러스가 레고랜드발(發) 신용위기의 유탄을 맞으며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줄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의 부실에 이어 기업들의 신용 우려까지 더해지자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4.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495%에 장을 마쳤고, 3년 만기 회사채(AA-)금리는 이날 5.736%로 치솟으며 올 들어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000억 원어치의 유효 주문만 받아 50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팔리지 않은 회사채는 주관사가 떠안게 된다. 특히 8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3년물은 연 5.59%의 고금리를 제시했지만 주문이 100억 원만 들어왔다. 우량한 신용도(AA)와 탄탄한 실적을 갖춘 통신사인 LG유플러스가 회사채 발행 시 미매각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AA-)도 20일 회사채 1500억 원어치 발행을 계획했으나 주문이 130억 원에 그쳐 대규모 미매각이 생겼다. 그마저도 연 6%의 금리를 내세운 2년물에만 130억 원의 수요가 있었고 최대 6.168%의 금리를 제시한 3년물은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4일 레고랜드 ABCP의 디폴트 사태가 단기 자금 시장을 강타한 데 이어 회사채 시장을 재차 때리며 마비시키는 모습이다. CP 등 단기 자금 시장은 기업들이 급전을 마련하는 주요 통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장기 자금 확보가 어려운 저신용 기업들이 많이 찾는데 하반기 들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우량 기업들의 CP 발행도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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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레고랜드 ABCP 디폴트로 고객들의 환매 요구가 잇따르고 시장의 공포심이 커지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CP 등을 대규모로 매도했다. 20일 한 증권사는 만기가 한 달 반 정도 남은 NH투자증권의 CP를 4.96%의 금리로 매각했다. 4월 초 1.53% 금리로 발행된 CP였지만 현금 확보를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치운 것이다.

CP 시장의 악화는 곧장 다시 회사채 시장에 쇼크를 주면서 LG유플러스나 한화솔루션 같은 우량 기업들마저 회사채 발행에서 쓴맛을 본 셈이다. 실제 시장의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인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금리 차이)는 20일 기준 127bp에 육박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7월 31일 이후 1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펀드 매니저는 “회사채 신규 발행물은 물론 유통시장에서 만기가 짧은 채권도 가산금리가 기본 100bp부터 시작한다”면서 “그나마도 매수 수요가 없어서 팔리면 다행”이라고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이날 회사채 유통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월 초 연 4.756% 금리로 발행한 회사채는 7.86%에 겨우 팔렸다. 만기가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채권이지만 발행 당시 금리보다 3%포인트 넘게 올라 거래된 것이다.

회사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 중 하나인 한전채 발행이 연일 이어지고 있어 시장 정상화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최근 한 달간 3조 원, 이번 달에도 1조 5900억 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하며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대부분 흡수했다. 20일에는 1700억 원어치 한전채를 발행하면서 연 5.9% 금리를 내걸었다. 정부와 동일한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한전의 채권금리가 연 6%에 육박하자 시장에서 일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금융 당국이 채권시장안정화펀드 등 정책자금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사채 등 채권시장의 공포감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가 돌아서려면 정책자금 집행이 이뤄지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둔화되는 등 실질적인 액션이 필요하다”며 “시장에 유동성이 실질적으로 공급되고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금리가 고점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시장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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