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채안펀드'로 급한불 끄겠다던 금융위, 집행 기준·규모 '깜깜이'

'신속히 채권 매입' 특별지시에도

현장선 "확정된것 없어 집행 못해"

1.6조 재원도 충격흡수엔 역부족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기자금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금융 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당장 재가동할 것처럼 밝혔지만 준비가 미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조성 규모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다. 이를 두고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채안펀드 재가동 특별 지시가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에 남은 여유 재원 1조 6000억 원을 집행하기 위한 기준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못해 채권 매입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20일 금융 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 특별 지시 사항’을 통해 “채안펀드 여유 재원을 통해 신속히 매입을 재개하고 추가 캐피털콜(자금 납입 요청)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이 여전히 완료되지 못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 당국의 대응이 한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기자금경색 현상이 빚어지며 건설사와 증권사의 ‘흑자 부도설’에 ‘매각설’이 떠도는데 당국은 여태 채안펀드 집행 기준조차 확정하지 못해 자금 집행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안펀드로 채권을 매입하려면 집행 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현재 기준은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컸던 2020년 코로나19 당시 만든 기준이라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 인상이 문제인 요즘과 달라 새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 기준이 확정돼야 채안펀드 여유 재원 집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집행 기준 확정 기일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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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안펀드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1조 6000억 원 규모의 여유 재원으로는 단기자금 시장 경색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채안펀드 규모를 키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채안펀드를 추가로 조성하려면 주요 금융사들이 출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긴축 기조인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사들이 캐피털콜이 와도 실제로 출자할 여유가 많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단기자금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채안펀드에 은행채를 찍어서 자금을 출자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예탁된 돈을 빼서 채안펀드로 옮겨야 하는데 또 다른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산은이 보유한 여유 자금이 많지 않고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채안펀드 자금 공급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긴축을 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채안펀드 신속 재가동 약속을 믿지 않는 눈치다. 불안 심리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날 채안펀드 재가동 소식에도 기업어음(CP) 금리가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자금 시장 경색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당국의 관여가 절실하지만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책반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종갑 기자·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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