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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해파리' "우리 음악은 90% 대중음악, 10%가 국악… '퓨전국악' 등 특정한 규정은 거부해"

전통 국악, 최근의 현대적 국악과도 다르게 현대-전통 경계 해체

'구운몽' 모티프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에서는 음악감독

"구운몽, 다시 읽어보니 명확한 말은 않지만 인간 욕망 이야기해"


“저희의 음악은 90%가 대중음악의 방식을 따르고 나머지 10%인 노래하는 방식이 국악이예요. 그 90%가 안 들릴 정도로 국악 요소가 독특하게 느껴질 수는 있을 듯해요” (최혜원)

“저희는 처음부터 전자음악 팀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국악과 전자음악 간) 크로스오버였다고 긍정하는 순간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음악적 틀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박민희)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음악감독을 맡은 얼트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의 최혜원(왼쪽), 박민희. 사진 제공=서울예술단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음악감독을 맡은 얼트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의 최혜원(왼쪽), 박민희. 사진 제공=서울예술단




단독공연은 물론 각종 활동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듀오 ‘해파리(HAEPAARY)’가 주목을 받은 건 전통과 현대의 구분을 해체하며 국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이들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음반상을 수상한 점에서 볼 수 있듯 스스로를 ‘얼트 일렉트로닉’ 듀오로 소개한다. 이른바 ‘퓨전 국악’의 한 범주로 읽히는 건 거부한다. 국악의 가곡을 기반으로 한 박민희의 보컬, 국악기를 연주하는 최혜원의 작업을 전자음악의 라이브러리로 쓰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멤버 최혜원은 “전자음악 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저희를 크로스오버로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한 장면.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로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담았다. 연합뉴스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한 장면.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로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담았다. 연합뉴스



실제로 이들의 음악은 국악과 전자음악 어느 한 쪽의 특징으로만 정의되지 않는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영롱한 사운드와 아름다운 선율의 전통적 국악도, 최근 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에서 보이는 강력한 에너지의 사운드도 아닌 극도로 명상적인 앰비언트다. 멤버 박민희는 둘 다 특정하게 규정된 모든 것에 반감이 있다며 “모든 게 청개구리 같지만 그런 점에서 재미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국악과 협업에 나설 생각은 없다. 화려한 무늬의 드레스라도 본인들이 입으면 한복처럼 보일 수 있는 것 같은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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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막을 내린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도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 삼아 심오하면서도 자유로운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 해파리의 음악과 맥이 닿는다. 해파리는 이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아, 공연에서 직접 음악을 연주했다. 해파리 외에도 연출을 맡은 안애순 안무가와 권오상 조각가 모두 ‘구운몽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결합해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 ‘잠시, 놀다’다.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한 장면.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로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담았다. 연합뉴스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한 장면.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로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담았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구운몽’이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해파리 스타일의 서사로 ‘구운몽’을 다시 써 주기를 바란다는 안 안무가의 주문에 따라 재해석했다. 가사를 작업했던 박민희는 “여성이다 보니 주인공이 여자들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가 편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작업 때문에 다시 읽으니 이건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갖은 욕망을 다 경험하고 난 후 느끼는 허무감은 이미 다 충만해진 상태와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를 사운드로 구현하는 일은 최혜원이 주도했다. 춤은 물론 영상, 소리 모두 휘몰아치는 가운데 앞뒤, 위아래에서 설치된 스피커는 각각의 소리를 낸다. 그는 “애초 ‘감각하는 소리’가 있었으면 했다”며 “신체로 느낄 수 있는 소리는 저음뿐이라서 무대석에는 바닥에 우퍼를 심는 등 공간이 변화하는 느낌을 사운드로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공연에서는 이들의 노래 가사가 모호하게 들렸는데, 이 모두가 의도적이었다. 평소에도 목소리를 뭉개서 사운드처럼 활용하곤 해서 생소하지는 않았다고. 최혜원은 “‘구운몽’이 명확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가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한 장면.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로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담았다. 연합뉴스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한 장면.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을 모티프로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담았다. 연합뉴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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