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발표가 지연됐던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공개됐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웃도는 3.9%를 기록하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기대치를 넘어섰지만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소비 위축까지 이어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경기 회복의 키를 쥔 부동산지표 역시 부진한 것으로 확인돼 ‘시진핑 3기’의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2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87조 269억 위안으로 집계돼 블룸버그(3.3%)와 로이터(3.4%) 등이 제시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국가통계국은 코로나19 예방과 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 패키지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올 1분기 4.8%로 지난해 1분기 이후 이어진 하락세에서 반등해 연간 목표치(5.5% 내외)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2분기에 ‘경제수도’인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되면서 생산·물류 차질이 빚어져 성장률은 0.4%로 추락했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넘어섰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3.0%에 그쳤다.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올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4분기 성장률이 10%를 훌쩍 넘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다른 지표들도 중국 경제의 긍정적 측면과 불안 요소를 동시에 드러냈다.
9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6.3% 늘어나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달(4.2%)은 물론 시장 전망치(4.5%)보다도 높은 수치다. 고정자산투자 역시 1~9월 5.9% 성장해 8월까지의 누적 증가율인 5.8%에서 상승했다.
반면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 증가율은 8월 5.4%로 살아나는가 싶더니 9월에 다시 2.5%로 주저앉았다. 이는 시장 전망치(3.3%)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소매판매는 백화점·편의점 등의 판매지표를 통해 내수 경기를 파악하는 수치로 그만큼 중국의 소비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 성장률의 30%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지표 역시 악화일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0개 도시의 주택 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9월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보다 0.28% 떨어져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존 주택 가격도 0.39% 하락해 2014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고용지표도 악화했다. 9월 도시 실업률은 5.5%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청년(16~24세) 실업률이 17.9%로 전달에 비해 0.8%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이날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9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7% 늘어난 3227억 6000만 달러(약 464조 원)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4.1%)보다는 높지만 8월의 7.1%에 비하면 상당 수준 낮아졌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며 경기 침체가 확산되자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수입 역시 내수 위축의 여파로 전년 동월 비 증가율이 전월과 같은 0.3%에 그쳤다.
중국은 이달 14일 수출입 실적, 17일 GDP 등 경제지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아무 설명도 없이 발표를 연기하다가 이날 공개했다. 이를 두고 당대회 기간에 부진한 실적이 발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당국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통계국은 "주요 지표들이 합리적 범위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대외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고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한 근간은 여전히 굳건하지 않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