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당 대표 방탄’ 하라고 국민이 169석 준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 때문에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 무시, 야당 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사과조차 없다면 시정연설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선 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 압수 수색을 시도한 것 등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정감사 참석을 보류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대표는 당사를 찾아 울먹거리고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20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압도적 과반 의석인 169석을 준 것은 입법 및 예산 심의 등 국회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민생을 챙기라는 뜻이다. 국회법 제84조에는 ‘예산안에 대하여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라고 규정돼 있고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방해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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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5년 전 트위터에 “나쁜 짓 하면 혼나고 죄 지으면 벌 받는 게 당연, 정치 보복이라며 죄 짓고도 책임 안 지려는 얕은 수법 이젠 안 통합니다”라고 썼다. ‘내로남불’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 말을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24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은 이 대표의 책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또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제 거대 의석을 국정의 발목 잡기를 넘어 비리 혐의 방탄에까지 쓰려 한다면 외려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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