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여전히 기세 등등한 MAGA(트럼프 열성 지지자)

미셸 골드버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대선 불복의 여왕' 그린 하원의원

상임위 퇴출됐지만 공화서 영향력↑

공화당 하원 탈환 땐 당직자 유력

MAGA 선봉서 바이든 탄핵 노릴듯





지난해 1월 6일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하는 하원 특별조사위원회가 아마도 마지막 모임이 될 것으로 보이는 9차 청문회에서 ‘품위 있는 공화당원’을 향해 아낌없는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베니 톰프슨 특조위 위원장은 “돌이켜보건대 위원회 활동을 통해 수집한 모든 증거는 전적으로 공화당원들에게서 나왔다”며 “그것이 이번 청문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원 특조위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소신 증언을 한 공화당원들을 끌어안아 특조위의 조사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였다. 그러나 품위를 지킨 공화당원들의 용기에 방점을 찍다보면 특조위 발표 내용의 설득력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앞으로 미국의 민주주의 실험에 대한 위협은 도널드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나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품위 있는 공화당원들은 그들에게 그저 희귀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만다.

품위 있는 공화당원들의 문제는 그들이 속한 정당 내부의 변질된 민주주의가 민주적 규범에 대한 그들의 확고한 결의를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리즈 체니를 비롯한 우익의 유력 정치인들과 목사 및 평론가들은 그들의 지지 기반에 민주당이 전체주의라는 악마의 대변자라는 믿음을 깊숙이 새겨놓았다.



선거 결과 불복의 여왕은 단연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다. 로버트 드레이퍼는 그의 저서 ‘대량 망상 무기’에서 그린의 부상과 체니의 추락을 연대기로 정리해 보여준다. ‘대량 망상 무기’에는 2021년 2월 3일 하원 공화당 의원 총회에서 의장인 체니에 대한 신임투표 진행 상황이 소상하게 적혀 있다. 당시 체니는 의장직을 지켰다. 당시 뉴욕에 선거구를 둔 온건한 공화당 의원 톰 리드는 “체니를 내치고 그린을 남겨둔다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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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초반에 하원 공화당 대표인 케빈 매카시는 체니와 그린 모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들의 입맛에 맞춰 우리들 가운데 한 명씩 솎아내도록 놓아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나를 당의 지도자로 선출했으니 당을 이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매카시는 근본적으로 지도자가 아닌 추종자다. 드레이퍼에 따르면 5월에 이르러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매카시에게 “체니가 공화당의 짐이 되고 있다”며 “선거구 유권자들이 그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그린은 민주당을 악마로,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로 간주하는 유권자들과 깊숙한 교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가 그린에게 힘을 실어줬다.

드레이퍼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매카시는 그린을 그의 사무실에서 열린 고위 당직자 회의에 초대한 후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고 모든 안건에 대해 그의 의견을 구했다. 지난해 민주당은 그린이 음모론을 조장하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처단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를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퇴출시켰다. 이에 맞서 매카시는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면 그를 이전보다 영향력이 큰 상임위원회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드레이퍼는 공화당 내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매카시가 그린에게 당직까지 제안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하원 탈환이 유력시된다.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할 경우 매카시의 의중과 관계없이 그린이 당직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는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에 난입했던 공화당 지지자들 중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에 진출한 최소한 한두 명과 짝을 이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 팀의 전위대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런 부류의 공화당원들이 의사당 난입 사태 진상 조사를 위한 하원 특별위원회를 해체하고 조 바이든을 탄핵하려 시도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최소한 한 차례 정부를 폐쇄할 것이고 트럼프를 조사한 법무부에 보복 조사를 벌일 것이다. 만약 2024년도 선거 결과에 논란이 일면 공화당 의원들은 승리를 자신들의 쪽으로 돌려놓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사실 공화당 유권자들이 그들을 의회에 보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회는 어떤 정치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려는 선량한 신념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유지됩니다.” 가장 최근에 열린 특조위 청문회에서 나온 체니의 발언이다. “다음번에 이들이 제자리에 그대로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렇다.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중간선거 이후 많은 이들이 그 자리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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