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선택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금리가 갈수록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변동금리를 쓰는 이유는 고정금리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데다 집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소속 추명삼 과장과 라서영 조사역이 작성한 ‘최근 가계 주담대의 변동금리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주담대의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8월 기준 45.7%로 2019년 말 16.3%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7~2021년 월평균 38.9%을 웃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변동위험이 차주에 전가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는데 2021년 하반기 이후에도 변동금리 선호가 지속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은은 고정금리가 장기금리 변동을 반영해 변동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고정·변동 금리 차가 확대돼 변동금리 이점이 커진 영향으로 파악했다. 주담대 내 정책모기지론 공급이 8월 기준 27.6%로 2017~2021년 월평균 31.0%보다 축소된 영향도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변동금리 결정요인별로 살펴보면 먼저 수요 측면에서 장단기금리 차가 클수록 차주가 현재 금리 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해 변동금리를 선택한다. 또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주택 보유 기간이 짧은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에 현행 금리 수준이 낮은 변동금리 선호가 확대된다. 소득 수준별로는 이자 부담 변화에 덜 민감한 고소득층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하고 중·저소득층은 이자부담 변화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변동금리 선호가 낮다.
공급 측면에 주택금융공사가 정책 모기지론 공급을 확대하는 시기에 금리 메리트 등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된다. 은행의 수신 만기가 길수록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감독 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 관리를 강화하는 경우에도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취급 유인도 강해진다.
한은은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기준금리 인상의 대출금리 파급효과를 높이는 측면이 있으나 금리 인상기에는 가계의 채무부담을 확대해 금융안정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장단기 금리 차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가운데 주금공의 안심전환대출 공급, 주택가격 하락세 지속 등이 축소 요인으로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 과장은 “차주의 변동금리 선호가 수요 및 공급 요인 모두에 영향받는 상황에서는 차주의 고정금리 대출 선호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고정금리 대출 취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지속 확충할 필요가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은행 스스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커버드본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등 장기자금 조달수단 확충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