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더티밤





극단 이슬람 무장 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2014년 이라크 모술을 점령했을 때 모술대 연구소에서 방사성물질인 코발트60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서방국가들은 아연 긴장했다. 코발트60은 인공 방사성원소로 암세포를 죽이는 의료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핵무기의 일종인 ‘더티밤(dirty bomb)’의 핵심 원료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발트60의 잠재성과 더티밤이 실제 사용됐을 경우 예상되는 피해에 관한 전문가 보고서를 만드는 등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비해왔다.



‘더러운 폭탄’으로 번역되는 더티밤은 재래식 폭발물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해 만든 핵폭탄이다. 비교적 낮은 개발·생산비로 대량 학살을 유발할 수 있어 ‘빈자의 핵무기’로도 불린다. 방사성물질 오염 능력에 특화된 핵무기인 더티밤의 폭발력은 강하지 않지만 파괴력은 가공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이름인 ‘방사능 살포 장치’의 경우 이름만으로는 폭발물이라는 뉘앙스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더티밤은 무서운 발톱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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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냉전 시대 이후 전 세계가 대(對)테러 체제로 돌입하면서다. 재래식 화약과 방사성물질을 혼합하는 제조 방식을 익히고 재료만 얻으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티밤은 상시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테러 집단이 더티밤을 목표 지점에서 터뜨리거나 자살 폭탄 테러를 기도한다면 치명적 피해를 막기 어렵다. 다만 1987년 이라크가 폭탄 1톤을 실험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 폐기했다는 유엔의 보고 외에 더티밤과 연관된 실제 사례는 드물다.

러시아 측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더티밤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주장하며 비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이런 거짓 선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험 세력으로 낙인찍으면서 전술핵 사용의 명분을 쌓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도 핵 도발을 위한 기만 전술을 구사해왔다.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해온 김정은 정권의 이중 술책에 속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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