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시 서구에는 오직 차량만이 나다니는 이상한 대형 마트가 있다. 26일 오전 방문한 이곳의 지하 주차장에는 현대 아이오닉6, 쌍용 토레스, 폴스타의 폴스타2 등 길게는 수년이나 기다려야 인도할 수 있다는 ‘귀한’ 차종 수십 여 대를 포함해 수백 대의 흰색 차량이 도열해 있었다. 두 개 층 주차면에 약 700대까지 차량을 수용하는 이곳은 쏘카(403550)의 차량이라면 모두 거쳐가는 장소다. 군대로 비유하면 신병훈련소쯤 되는 곳이다. 모든 신병이 훈련소를 거쳐 군인으로 거듭나듯, 일반 자동차로 들어온 차량은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비로소 쏘카가 돼 이곳을 떠난다. 올해 말까지 약 8000대의 차량이 이곳을 거칠 예정이다.
여기로 들어온 차량이 쏘카로 거듭나기까지 대략 10일이 소요된다. 들어오면 우선 검수를 거쳐 틴팅, 차량 등록 등을 거쳐 쏘카 차량 관제 장치(STS·SOCAR Telematics Device)가 부착된다. 전체 절차 중 핵심이다. STS는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라우터, 하이패스, 주차카드, 그리고 개별 단말의 신호를 서버에 전달하는 관제 단말기로 구성된다. 백선 쏘카 커넥티드디바이스팀장은 “차량이라는 기계 장치가 하나의 전자 장치나 IoT(사물인터넷)가 될 수 있는 것도 이런 단말이 부착되는 과정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차량 내부의 조작 시스템 옮겨온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전조등을 켜고 차 문을 닫자 이같은 변화가 관제 모니터링 화면에 곧바로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차고지는 회사 내부에서 대체로 장착지로 불리지만 사실 변변한 이름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 만큼은 쏘카 사업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태동한 차량 공유 사업이 기존 렌터카 사업과 구분되는 결정적인 지점은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쏘카는 지난 1년(지난해 7월~올해 6월) 1초 단위 GPS 정보, 0.1초 단위 가속 센서 등 약 3884억 개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쏘카가 이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를 자산으로 둔 것도 이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선행된 덕분이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곧 차량 공유 기업의 성패로 연결된다. 이를테면 세차 주기를 결정하는 사소한 것부터 사고 발생 여부를 파악하는 것까지, 기존에는 사람이 했던 일을 이제는 데이터가 대체한다. 막대한 비용이 절감된다. 이용자가 차량 대여 전후로 찍는 차량 외관 사진을 AI 분석 모델로 판별해 세차 필요성을 판별하고, 사고를 내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이용자들 역시 사진 분석을 통해 99% 이상 확률로 잡아낼 수 있다. 쏘카 관계자는 “일반 렌터카 사업과 달리 비대면 사업에 따른 불리한 점이 있지만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면 비대면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주행 데이터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회사는 조만간 운전자의 흡연 여부를 탐지하는 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용자 흡연은 오랜 골칫거리였다. 이 관계자는 “이용자가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하면 냄새를 제거하는 비용 뿐 아니라 그동안 영업을 못하는 비용, 다른 차를 가져오는 탁송 비용,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잇따르는 비용이 막대하다”며 “우리가 제조사는 아니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둘 다 활용해 서비스를 하는 덕분에 어느 한쪽만 하는 곳에 비해 데이터의 활용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