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사회공헌은 기업의 존재 이유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은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무척 낮은 나라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호감도지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쉽게도 2019년부터 지수 발표가 중단돼 2018년 지수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 이 해의 기업 호감도는 100점 기준 53.9점이었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세분해서 보면 기업의 경제 기여도 62.8점, 사회 공헌도 46.9점, 그리고 규범·윤리 준수도는 44.2점으로 조사됐다.



그 원인을 2021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에 물은 적이 있다. 정경 유착과 갑질(24.5%), 노조·시민단체와의 대립적 구도(19.6%), 그리고 국민들의 기업 기능에 대한 오해(17.6%)가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앞의 두 가지는 기업과 기업 당사자들과 관련된 것이다. 세 번째는 국민들이 기업을 이해하는 방식과 관련한 것으로 이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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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기업 호감도 세부 지수를 보면 국민들은 한국 기업들을 이타성은 낮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기업은 어떤 존재여야 할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벌과 꽃을 예로 들어보자. 벌은 꽃의 수분을 돕는 선한 곤충일까. 그리고 꽃은 벌에게 꿀과 화분을 공짜로 나눠주는 이타적 생명일까.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벌은 꽃의 꿀과 화분을 훔치고 있고, 꽃은 수정을 위해 꿀과 화분을 미끼로 벌을 싸게 착취하고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행동의 원인은 이기적이지만 결과는 선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기적 이타성’이라고 한다. 기업을 이해할 때도 이기적 이타성의 시각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이 재미있는 질문과 답을 한 적이 있다. “여성해방은 누가 했는가”가 질문이고 답은 “세탁기가 했다”다. 다른 말로 하면 세탁기 기업이 여성을 괴로운 빨래 일에서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그럼 기업은 여성해방이라는 이타적 목적으로 세탁기를 만들었을까. 아니다. 이 기계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기적 마음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성을 빨래로부터 해방시키는 이타적인 일을 했다.

교황청의 질문과 답이 기업의 본질을 이해함에 도움이 된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이기성 위에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도 기업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에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이 기업이다. 그렇다면 2018년 세부 지수에서 규범·윤리 준수도가 낮은 것은 왜일까. ‘이기적 이기성’만으로 무장된 기업들 때문이다. 독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 이익을 챙기거나 종업원을 함부로 대하는 기업들이 있어서다. 이런 기업들 때문에 이기적 이타성에 충실한 기업들도 욕을 먹는다. 기업의 사회 공헌도가 낮게 평가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이 사회에 대해 더 따뜻한 마음을 가져달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 공헌이 기업의 본질적 의무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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