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미중 '디커플링'이 가져온 신흥국 투자 기회

데이비드 리스 슈로더운용 이머징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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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아시아 순방에 대만을 포함하면서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다. 세계 경제 양축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심화되는 상황 속 펠로시 의원의 대만 방문은 민주주의를 따르는 대만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이면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이후 정기적인 대만해협 정찰 계획을 언급하며 군사 조치를 암시했다.



이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고조는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부활을 초래했다. 중국은 대만과 식료품 수입 교역을 중단하고 모래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대만의 전체 식품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0.2%에 불과하며 모래 무역량도 최소 수준이지만 둘 사이의 긴장 상태가 주는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은 여전히 대만의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다. 대만 전체 수출량의 1/4 이상은 중국을 대상으로 하며, 무엇보다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의 1/3이상은 대만산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고려할 때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 공생관계는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국지적 무역 긴장을 넘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부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중국과 대만을 두고 ‘제2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우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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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은 미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에 서명했다. 해당 법은 역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개발을 위해 관련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보조금을 지급받은 기업들이 중국의 하이테크 생산에 투자하지 못하게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국을 향한 반도체 접근 제한이 심화될수록 ‘국지적 무역 긴장’으로 제조품 부족 사태가 재발하는 등 중장기적 공급망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반면 일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은 디커플링의 수혜를 입게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은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위치를 재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국내 시장이 넓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이머징마켓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 인도네시아가 이에 부합하는 신흥시장에 해당하며 베트남은 일부 섹터에서 이미 중국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제조품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을 꾀하는 신흥국이라면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신흥국들의 대외적인 포지션과 인플레이션 역학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현지 자산 수익률의 변동성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슈로더는 디커플링이 불러온 개혁의 모멘텀이 일부 신흥국들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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