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인 강남의 한 초등학교가 신혼희망타운 입주로 갑작스레 초과밀학급이 될 위기에 놓였다. 학부모들은 모두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2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율현초등학교는 내년 초 예정된 인근 신혼희망타운 입주로 재학생이 갑자기 240명가량 폭증할 상황에 놓였다. 전교생이 현재 1000여 명에서 115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학급당 학생은 최대 35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 입주민의 입주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모두의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율현초는 최근 수년간 이미 과밀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개교한 율현초는 정원 750명 기준으로 건축돼 교실과 학교 공간이 협소하다. 그럼에도 최근 4년간 전교생은 △2019년 977명 △2020년 1037명 △2021년 1039명 △2022년 949명으로 정원보다 많은 과밀 상태가 지속됐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고육지책으로 2019년부터 목공실·영어실 같은 특별실이나 복도 공간까지도 일반 교실로 전환해 수업에 활용했다. 학생들은 급식을 먹을 공간도 부족해 2교대로 나뉘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율현초 인근 지역은 사교육 시설이 부족해 학내 돌봄교실과 방과후수업 의존도가 높다. 이를 위한 공간까지 모두 수업 공간으로 활용될 경우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이 축소되고 돌봄 공백 우려도 크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학부모 75.5%, 교원 83.3%가 동의해 3기 혁신학교로 재지정될 정도로 학부모 측은 혁신을 원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공간 혁신을 위한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과밀학급 기준은 ‘한 학년이라도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학교’다. 과밀학급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 생활지도, 안전사고 시 대피의 어려움 등 교육 활동 전반에 걸친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5일 ‘과밀학급 해소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조희연 교육감이 제2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2025년 미래교육체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학습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율현초 학부모회 관계자들은 교육 당국이 학교의 혁신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24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으나 해법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내년 과밀을 코앞에 두고 주민과 학부모들 간의 설명회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율현초의 초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근에 위치한 수서초등학교로 학생들을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었으나 관련 당국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입학하는 학교를 분산 배치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유다. 수서초는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 내외로 학생이 부족한 상황이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어떤 학교는 과밀화, 어떤 학교는 과소화로 지역 학교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하고 있으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교육청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율현초 과밀학급 문제 해소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주민 의견도 수렴해왔다”며 “학부모 요구처럼 통학구역 지정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새롭게 입주하는 신혼희망타운 학부모 민원도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별 교실을 일반 교실로 전환하거나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는 등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최대한 과감하게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