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말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의 영업·투자·재무활동 등 일상적인 경영 과정에서 오가는 돈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현실적인 투자 여력을 나타낸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기준 25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였지만, 이후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오르내리는 실적 탓에 신규 인수합병(M&A)여력은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3분기 말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들어오는 현금보다 투자와 재무활동으로 빠져나가는 현금이 더 많은 ‘마이너스’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대규모의 신규 인수를 위한 여러 전제 조건 중 하나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딥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2조 8549억 원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기준 25조 151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였지만, 2021년 말에는 15조 2764억 원으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26조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의 몫이거나 해외법인 소유 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당장 활용하기 쉽지 않은 자산이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든 것은 2분기말 20조원을 유형자산 취득에 활용하는 등 반도체 생산시설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40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했고, 이날 올해 주요 사업 시설투자에 총 54조 원을 쓴다고 밝혔다. 미래 대응을 위한 메모리와 파운트리 인프라 투자,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증설과 공정전환 투자에만 47조 7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주기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1위를 유지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3분기 실적 악화로 또 한 번 업황 하락 우려가 이는 것도 M&A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76조 78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 850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3.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39% 줄었다. 삼성전자 영업익이 역성장한 건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 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7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삼성이 반도체에서 직전 분기보다 30% 줄어든 6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2018년 이후 신사업 투자보다는 반도체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산하 스타트업 투자조직이면서 신규 M&A를 위한 시장 조사를 맡던 삼성넥스트의 데이비드은 최고혁신책임자가 2021년 초 떠난 후로 산하의 투자 전문 인력들도 구글 등 경쟁사나 사모펀드(PEF) 등으로 이직 했다. 이후 삼성벤처스 등 삼성전자의 투자조직의 전략도 다소 수정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출자했던 전략이 변경되어 각 계열사가 자체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 강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A 담당부서가 여전히 인수 대상을 탐색하고 있고, 반도체 이외에 바이오에도 그룹 차원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시장 여건이 악화한 속에서 아직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는 높고 경쟁 당국의 인가 불확실성이 있어서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