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인력난 해결을 위해 내년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허용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린다. 외국인근로자가 갑작스럽게 늘어난만큼 이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일하지 않도록 관리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강제노동, 산업재해, 정주여건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고용부는 27일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 (E-9 비자) 도입 규모를 11만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그동안 도입 규모는 연 평균 5만~6만명선을 유지해왔다. 내년에만 예년 보다 두 배나 증원된 것이다.
고용부는 중소제조업과 농축산업이 겪고 있는 극심한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2년간 입출국의 어려움 탓에 국내 외국인근로자(E-9 비자) 체류 규모는 허용 규모의 16%에 불과했다. 올해도 가능 인원 6만9000명 가운데 6만3500명만 입국했다.
이번 대책의 관건은 당장 내년 3~4월부터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외국인 근로자가 모두 양호한 작업환경과 숙소에서 지낼 수 있는지다. 외국인근로자의 열악한 처우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이주노동자 기숙사 종합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대 노총은 "정부는 이주노동자 기숙사에 대한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불법 임시가건물이 완전하게 규제되지 않고 있다"며 "작년 고용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이주노동자 숙소 70%는 농지 위에 있는 비주거용 시설이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 조합장은 "컨테이너 같은 임시가건물에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다”면서 “사업주들이 방 하나에 여러 명이 살게하면서 숙식비 징수지침으로 1인당 20~30만원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논의한 숙식비 지침 개선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외국인근로자는 산재사고에 취약한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점도 우려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인근로자 산재 인정건수는 2만1478건이다.
고용부는 위험한 사업장에 대한 대책을 강화한다. 올해 12월부터 외국인근로자의 사망산재가 있었던 사업장은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신청 자격이 3년간 제한된다. 고용부는 올해도 연간 3000개 사업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주거 실태를 개선한다.
다만, 작년 7월부터 전 업종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고용허가를 신청할 때 숙소 상태를 시각 자료로 제출하도록 했다. 두 대책 정책 시행 기간은 2년이 안돼 현장에서 안착됐는지 의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력은 분기별로 입국하기 때문에 일시에 몰리지 않는다"며 "이미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 중심으로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 규모를 정했다"며 "외국인근로자의 인권과 산업안전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