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한 가운데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이번 인수에 참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이날 440억 달러(약 62조 4536억 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를 완료하고,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와 네드 시걸 트위터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해고했다. 이번 인수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000억 원 규모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인수 규모에 비해 미래에셋의 투자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번 인수에 참여했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이번 인수가 평소 머스크 CEO의 암호화폐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련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미래에셋 역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가 풀려났다”…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
이날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새가 풀려나다(the bird is freed)”라고 올리며 성공적으로 인수를 완료했음을 시사했다. 트위터의 상징인 파란 새가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간 머스크 CEO는 트위터의 운영 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문제 삼았던 부분은 트위터의 알고리즘이다. 트위터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콘텐츠가 달라지는데, 이 알고리즘이 편향됐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4월 트위터 인수를 발표하며 트위터의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에서도 “트위터의 아름다운 점은 시민 저널리즘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기득권의 편견 없이 뉴스를 확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그의 인식은 머스크가 비트코인(BTC), 도지코인(DOGE) 등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중앙화된 권력에 반발하며 암호화폐를 포함한 탈중앙화 생태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반기는 배경이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틀 전 5억 달러(7109억 원)를 (머스크에게) 송금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가 트위터의 공식 주주가 된 것이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창펑자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일론이 트위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과 채택을 확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웹3를 묶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NFT 생태계 주축…암호화폐 결제도?
트위터는 현재 NFT 생태계에서 주요 커뮤니티 역할도 하고 있다. 프로필 NFT(PFP NFT)의 유행이 트위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대표적 PFP NFT인 ‘지루한원숭이들의요트클럽(BAYC)’의 경우 머스크를 포함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BAYC NFT로 바꾸면서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소셜네트워크의 프로필 사진을 자신이 보유한 NFT로 설정하는 유행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번진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수장이 되면서 암호화폐 결제가 도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도지코인(DOGE)은 급등했다 다시 하락하는 등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2분 코인마켓캡 기준 DOGE는 전일 대비 6.39% 떨어진 0.074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선 트위터가 암호화폐 입출금이 가능한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암호화폐 산업,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미래에셋
이처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암호화폐 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래에셋 역시 암호화폐에 적지 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가 미래에셋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참여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는 “트위터가 비트코인(BTC)이나 도지코인(DOGE) 결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에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미래에셋을 포함해 전통 금융권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번 투자도 (미래에셋이)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래에셋은 다각도로 암호화폐 산업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올해 초 기관투자용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데 이어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에는 NFT 스타트업 이뮤터블에, 5월에는 국내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에 투자했다. 암호화폐 상품 개발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 글로벌X는 지난 26일 스위스 증권거래소(SIX)에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 상장지수상품(ETP, Exchange Traded Product)을 선보였다.
이같은 분석에 대해 미래에셋이 암호화폐 분야를 비롯해 트위터의 성장 가능성을 전반적으로 보고 투자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위터는 상당히 잠재력 있는 플랫폼”이라면서 “트위터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급격한 변화의 시점에 국내 벤처투자 기업이 이너서클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트위터가 기존의 광고 수익 비중을 줄이고, 구독 경제 등으로 매출 구조를 바꾸는 등 수익 구조 체질 개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트위터가 상장 폐지 후 재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트위터 기업가치가 올라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 기대하고 미래에셋이 투자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