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북한 핵 위협 등을 억누르기 위해 연일 대규모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달 17~28일 실시된 우리 군의 ‘호국훈련’ 일정에 미군이 참가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 닷새간 한미의 대규모 항공 전력이 한반도 상공에서 24시간 훈련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의 사격 표적지인 ‘알섬’을 향해 발사했다. 북한이 한미의 압박에도 전술핵 탑재용 SRBM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강 대 강의 긴장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공군은 이날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미 7공군사령부와 함께 총 240여 대의 항공기를 동원하는 대규모 연합 공중 훈련 ‘비질런트스톰’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요코타 주일 미군기지에서 날아오는 미 해병대의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 35B, 호주 공군의 공중급유기도 참여한다. 미국 F 35B 및 호주 공중급유기의 한반도 전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와 호주 기지에서 한반도로 증원 전력이 날아오는 것을 연습하는 차원으로도 보인다.
훈련은 전시에 대비한 연합 항공 작전 수행 태세 검증 차원에서 실시된다. 훈련 기간 중 전투기 출격 횟수(소티)는 무려 1600여 회에 달할 예정이다. 한미 간 대규모 연합 공중 훈련이 재개되는 것은 2017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그해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자 한미가 B 1B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군용기 260여 대를 한반도에 전개해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입증했다. 5년 만에 한미가 대규모 항공 전력을 다시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은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의 상황 오판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된다.
우리 공군은 140여 대의 항공 전력을 동원한다. 여기에는 스텔스 전폭기 F 35A와 강력한 폭장력을 지닌 F 15K 전폭기, 뛰어난 기동성의 (K)F 16 전투기, KC 330 다목적 공중급유기 등이 포함된다. 미군 측에서는 F 35B스텔스 전폭기, 적의 레이더망 등을 무력화하는 첨단 전자전기 EA 18그라울러, U 2 정찰기, KC 135 공중급유기 등이 참여한다.
호주 공군의 KC 30A 공중급유기 1대도 이번 훈련에 함께한다. 우리 공군이 올해 호주 공군과도 공중급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호주에서 양국 및 다국 간 공중 기동훈련을 벌인 데 따른 답방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우리 공군이 공중급유 MOU를 맺은 나라는 미국과 호주뿐이다. 국내외 안보 전문가들은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일 및 호주 간 안보 협력 및 핵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미는 훈련 기간 동안 전시 작전 절차를 숙달하고 지속 작전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격편대군, 방어 제공, 긴급 항공 차단 등 주요 항공 작전 임무를 24시간 동안 중단 없이 수행한다. 긴급 항공 차단이란 긴급 표적에 대해 적 이동 제한, 군수 지원 능력 약화, 적 지휘 통제 체계 와해, 잠재적 위협 거부 등을 구현하는 항공 작전이다. 전시 항공 작전을 지휘하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는 이번 훈련 기간 중 연합 전력을 실시간으로 운영·통제한다.
한미 공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5세대 전력 간의 상호 운용성 및 기존 4세대 전력과의 통합 운용 능력 제고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한미 연합 기지 방호, 대테러 훈련, 전시 군수 지속 지원 능력 검증 훈련, 최대 무장 장착 훈련, 활주로 피해 복구 훈련 등을 각 부대별 계획에 따라 실시할 예정이다.
한미 공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대응할 수 있는 연합 공군의 강력한 항공 작전 능력을 투사해 공중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전시 항공 작전 절차를 숙달하기 위해 2015년 비질런트에이스라는 명칭으로 본 훈련을 처음 실시했다. 2018년부터는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CFTE)이라는 명칭으로 시행해오다 이번에 비질런트스톰으로 명칭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