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라스트마일’에 진심이었던 모빌리티, ‘미들마일’ 꽂힌 이유는[짜먹는 모빌리티]


마차와 기차, 자동차의 시대를 넘어 모빌리티가 이동의 미래로 떠오릅니다. 정부가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차 등을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한 시점도 수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만, 이 기술은 여전히 낯설고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짜먹기 간편한 스틱으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기사들을 쓰고 읽으며 들었던 호기심에 대해 한 통만큼 취재한 다음, 한 스틱에 잘 담아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모빌리티 업계의 관심은 주로 라스트마일에 있었습니다. 라스트마일이란 배송이나 이동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하는데요, 물류 이동의 관점에서는 배달, 택배 등이 해당하고 사람의 이동에서라면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간 미들마일은 상대적으로 모빌리티 업계의 시야 밖에 있었습니다. 미들마일이란 퍼스트마일(생산지에서 물류 거점 창고 사이)과 라스트마일 사이 구간 배송을 말하는데요, 원자재 기업이 대리점과 같은 소매 채널로 배달하는 게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간거래가 차지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진출…격전지된 미들마일


최근 모빌리티 업계 강자인 카카오마저 미들마일 시장이 업계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가 운영 중인 화물정보 통합 주선망 ‘화물마당’의 지분을 49%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와 이를 배송하는 차주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인데 화물 주선사가 플랫폼에 운송 정보를 올리면 차주들이 골라 수락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모빌리티 업계들이 미들마일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역시 수익성입니다. 화물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주체들이 개인이 아닌 기업들이다 보니 사용성이나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비교적 소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화물 주선 업무의 많은 과정이 여전히 수기로 이뤄지는 등 디지털화 정도가 낮은 영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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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늪’ 속 모빌리티 업계…미들마일 끌리는 이유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수많은 업체들이 피 튀는 경쟁을 벌이는 공유킥보드 시장 규모가 6000억 원(한국교통연구원 추산)인 것과 비교해도 매력적인 규모입니다. 아직 모빌리티 업계는 누구나 다 아는 기업들도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처음 흑자 전환했고, 티맵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장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미들마일과 같은 사업성 높은 시장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실제 지난해 6월 미들마일 중개 스타트업 와이엘피(YLP)를 인수하며 미들마일 사업에 진출한 티맵은 올해 2분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3% 성장한 32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티맵 전체 매출의 무려 72.5%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공유 킥보드 ‘디어’의 운영사 디어코퍼레이션도 시들해진 킥보드 시장에서 눈을 돌려 지난 8월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신 사업인 미들마일 화물 시장에 나아갈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미들마일 시장에서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지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업무 과정에서 기록해야 할 사항들이 여전히 수기로 관리되는데 이를 전산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배차 내역을 일일이 수기로 기록하는 것이나, 운송을 완료하고 증거물로 제출하는 화물 인수증이 종이로 발행되는데 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화주와 차주 사이 물량 매칭을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화주가 물량, 픽업지, 운임 등을 정보망에 올려놓으면 이를 차주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요, 양측이 각자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두면 최적 조건을 가진 이들을 자동 매칭해준다든가,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임을 추천해주는 기능들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간 택시나 대리 사업 영역 등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간 매칭 기술을 고도화해 온 플랫폼 업계들이 실력 발휘를 해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미들마일은 거들 뿐…모빌리티 업계, 물류엔 언제나 진심


물론 미래를 내다보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당장의 시장성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킥보드, 택시, 도심항공교통(UAM) 등 익숙한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주로 ‘사람의 이동’과 연관돼있는 듯 보이지만 모빌리티 기업들은 사람 아닌 물류의 이동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퀵, 로봇 배송은 물론, 모든 기업들의 공통 관심사인 자율주행에서도 그렇습니다. 여객 목적의 실증 사업이 많아 보이지만 물류 사업을 내걸고 진행되는 사업들도 많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함께 수행하는 대구 지역 자율주행 사업은 여객과 물류 모두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중입니다. 경기 가평 등지에서 드론으로 편의점 물품 등을 배송하는 파블로항공도 있고요,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물품 배송을 하는 로봇 자율주행 기업 뉴빌리티도 있습니다. 도심 교통 체증 해소로 기대를 받는 UAM 역시 여객 목적 외에도 물류 운송 영역에서도 한몫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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