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쌓은 승수만 무려 11승(통산 15승)인 박민지(24)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더 이룰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시즌 6승을 쓸어 담으며 한 시즌 최다 상금 신기록(약 15억 2100만 원)을 세웠고 상금왕·대상(MVP)·다승왕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그만큼 달렸으니 올해는 숨 고르기 시즌일 줄 알았는데 이미 5승을 챙겼다. 대상은 놓쳤지만 상금 랭킹 1위에서 이 부문 2연패를 노리고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 30일 끝나면서 단독 다승왕 2연패를 확정했다.
이쯤 되니 팬들은 의문을 가질 만하다. ‘박민지는 왜 당장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나가지 않는 걸까’. 박민지의 LPGA 도전 여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골프계의 관심사였지만 그는 올해도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출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는 9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내년에는 해외 투어 진출을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2023년에도 국내 투어를 뛰되 2024년 미국 진출 준비를 겸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클래식을 마친 뒤 LPGA 진출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박민지는 “승수를 많이 올렸지만 그에 비례해 노련함도 커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이제야 경기할 때 코스에서 좌우가 좀 보인다. (서울경제 클래식이 열린) 제주 핀크스GC에서 산방산이 이렇게 잘 보인다는 것도 5년째 참가한 올해 처음 알았다”며 웃었다. 미국 무대에 가서도 잘하기에는 아직 노련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박민지는 “2024년에 가더라도 전혀 늦지 않는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출전 자격이 있는 LPGA 대회는 전부 나가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메이저 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등에 참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거나 내년 말 Q시리즈에 나가는 방법이 있다.
박민지는 올 시즌 타이틀에 관해서는 “제가 대상을 받기 힘들다는 것은 며칠 전에 느끼고 있었다. 상이 아니어도 올해 충분히 잘했기 때문에 대상 타이틀을 따내는 동료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다. 상금 1위를 내주는 일이 있더라도 비슷한 기분일 것 같다”며 “샷 감이 올라올 듯 말 듯한 상황이다. 남은 2개 대회에서 잘 끌어올려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