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나 특정된 장소 없이 개방된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다. 이에 사고가 수습되고 수사가 마무리돼도 책임자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중 행사 주최나 관리 책임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주최자가 없어 경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향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책임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법리적 쟁점은 지자체와 경찰 등에 행사 안전 관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별도의 주최자 없이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석한 핼러윈 행사인 만큼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다만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있는 만큼 참사 당일 정부와 경찰·지자체의 예방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민형사상 책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가장 유사한 사례는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발생한 MBC ‘가요콘서트’ 공개 녹화 현장 압사 사고다. 김근수 당시 상주시장과 담당 PD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각각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고로 상주 시민 11명이 압사하고 162명이 다쳤다. 16명이 숨진 2014년 10월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환풍구 붕괴 사고는 공사 현장 소장 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문제는 앞선 사고와 달리 이번 참사는 행사 주최자가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역 압사 사고 등 과거 참사는 책임 주체가 명확한 반면 이태원 참사는 주최 측이 없기 때문에 책임 소재부터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훨씬 복잡하다”며 “아직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번 참사의 책임을 공공장소 관리 책임의 영역과 동일한 잣대로 적용해 수사할 수 있을지는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할 문제”라며 “정부 기관과 지자체 간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