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인 영국의 오카도(Ocado)와 손을 잡고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그로서리 1번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대표 유통 기업이지만 온라인 그로서리 배송 부문에 있어서는 마켓컬리나 SSG닷컴 등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협업이라는 반전 카드를 꺼낸 것이다. 롯데쇼핑이 새벽배송 강자 마켓컬리의 롤모델로 꼽히는 오카도와의 협업 및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쇼핑은 1일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체결식에는 롯데쇼핑 대표이사이자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인 김상현 부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참석해 롯데쇼핑의 온라인 그로서리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오카도 첨단 기술 도입…2030년까지 물류센터 6곳
오카도는 2000년 설립된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글로벌 유통 업체들에 수요 예측·자동화 물류센터·피킹 앤 패킹·배송 및 배차 등 온라인 그로서리 배송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 24억9900만 파운드(한화 약 4조 원)을 거뒀다. 특히 수준 높은 수요 예측을 통해 0.4%의 낮은 식품 폐기율과 98%의 높은 적시 배송률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오카도 리테일과 모리슨, 미국의 크로거, 캐나다의 소베이, 호주의 콜스 등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유통 업체만 9개국 11곳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고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또 오카도와 함께 2025년 첫 번째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건립하고,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CFC 부지 및 건축 비용, OSP 이용 수수료 등을 부담하고, 오카도는 CFC 내 자동화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하드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특히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의 배송이 필요한 한국의 지리적 특성에 맞춰 추가 기술을 개발해 OSP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2032년 온라인 그로서리 부문에서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상품 2배 늘리고 품절·누락 없이 1시간마다 배송
오카도의 OSP 도입과 CFC 건립을 통해 롯데쇼핑은 상품 변질·품절·누락·오배송·배송지연 등 고객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고객 맞춤형 온라인 쇼핑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오카도의 기술이 집약된 CFC에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상품을 미리 입고시켜 고객들이 주문 시 상품 품절이나 누락 없이 배송받을 수 있게 한다. 또 매일 1시간 간격으로 33번의 배차를 설정해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지연 없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는 “오카도와 손잡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약 135조 원에 이른다. 다만 유통기한 등 폐기율이 높은 상품의 특성상 배송이나 재고관리에 대한 부담으로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그로서리에 대한 온라인 구매의 편의성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컬리 역시 호주 최대 유통 체인인 ‘올워즈’의 상품을 선보이고, 프랑스 국민 식품 브랜드 ‘피카드’ 상품을 단독 론칭하는 등 관련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