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할리우드 여배우인 줄리아 로버츠(사진)가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부부의 도움 덕분에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버츠가 태어난 1967년대 당시에는 흑인-백인 간의 인종차별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었다.
미국 CNN은 31일(현지시간) 로버츠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밝힌 출생의 비밀에 대해 보도했다. 로버츠는 당시 자신의 부모인 월터 로버츠와 베티 루 브레데무스가 병원비를 낼 여력조차 없었지만,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코레타 스콧 킹 부부가 병원비를 대신 내준 덕분에 무사히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로버츠 부부와 킹 부부의 인연은 1960년대 초에 시작됐다. 당시 로버츠 부부는 애틀랜타에서 연극 학교를 운영 중이었는데, 어느 날 코레타가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켜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베티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1950~60년대 당시 미국 교육 시스템은 '분리하면서 평등하게'라는 원칙 아래 운영되고 있었다. 흑인과 백인을 철저하게 분리해 가르치는 것을 원칙으로 어떤 흑인도 백인이 다니는 학교에 쉽게 다닐 수 없었다. 1954년 연방 대법원은 이 원칙을 시정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인종차별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았다. 특히 킹 부부가 거주하던 애틀랜타 등의 미국 남부 지방에서는 시정 명령 이후에도 암묵적으로 분리 교육 시스템을 유지했다. 킹 부부 역시 아이들을 맡아 줄 학교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킹 부부는 이후 로버츠 부부와의 우정을 계속 이어갔고, 이 인연을 계기로 1967년 베티가 줄리아 로버츠를 출산하게 됐을 때 부족한 병원비도 대신 지불해줬다. 로버츠 부부-킹 부부 사이의 미담을 공개한 줄리아의 인터뷰는 지난 2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