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대규모 인원이 운집할 것을 예상했음에도 일대 지역 순찰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압사 사고로 심정지 환자가 30여명이 발생한 것을 보고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구급차 진입로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이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 안전 관리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피해가 심각해진 이후에도 상황 대처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이태원파출소 근무일지에 따르면 사고 당일 이태원 파출소가 순찰한 구역에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핼러윈을 앞두고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골목은 순찰하지 않은 것이다.
이태원파출소 근무일지에 따르면 이날 야근자들이 순찰을 돈 구역은 서울디지텍고, 이태원초등학교, 이태원2동 주택밀집지역, 이태원우체국, 경리단길, 이태원어린이공원 뿐이었다. 인파가 많이 몰려 사고가 발생한 거리는 순찰 대상에서 빠졌다.
이날 근무 주요지시사항에는 인파 밀집에 대한 내용도 제외됐다. 자료에 따르면 대테러 예방 국가중요시설과 대사관·저 집중순찰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와 흉기 사고 출동 시 경찰관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만 담겼다. 경찰의 주요지시사항은 △대테러 예방 국가중요시설, 대사관·저 집중순찰 철저 △흉기소지 등 중요사건 출동 시 안전장구 방탄복 착용 등 경찰관 안전에 유의 △총기 안전관리 철저 (분실, 피탈방지 철저) 근무교대시 팀장 위주 관리철저 △공무원 기강 확립: 음주운전 및 성범죄, 정보유출행위 금지 △용모복장 단정 착용 및 외근 근무 시 모자 착용 생활화 △신변보호요청대상자 주변 순찰 등 적의조치 등 6가지다.
사고가 발생한 후 초기 대응도 미흡했다. 경찰은 이날 밤 11시에 이미 심정지 환자 수십여명이 발생했는데도 약 1시간 후인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다.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용산경찰서장은 30여명의 의식불명 환자가 발생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당일인 29일 23시께 시민 30여 명이 의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방, 경찰, 일반 시민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다. 이어 경찰은 119에 구급차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환자 수백여명이 한꺼번에 발생한 만큼 추가 인력과 장비 등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급차는 대규모 인파와 차량에 밀려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다. 용산경찰서장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지 1시간 뒤인 24시에야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서장은 22시 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서장은 운집된 인파 분산을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도로상 차량 통제를 지시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지시했다. 119에 구급차 추가 지원을 요청한 건 그로부터 약 45분이 지난 밤 11시 5분이었다. 23시 13분에는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이태원역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으나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23시 53분 50여명이 의식 없이 CPR을 받았고,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었으나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늦어졌다. 용산경찰서장은 24시가 다 되어서야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다. 인접 6개서에서 형사 및 기동대 12개 중대를 용산에 지원하도록 한 것은 24시 2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