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의 외국인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전 세계 주요 매체와 외교 당국 등이 한국 정부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참사 당시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 인력 규모 등이 밝혀짐에 따라 공식 주최자 없이 군중이 운집하는 상황에 대한 지침 공백이 대형 인재(人災)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불행히도 이번 사고로 이란인 5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한국 정부가 관리 방법을 알았다면 (핼러윈) 행사도 관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체계적인 계획으로 부상자 문제를 비롯한 상황 대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태원 참사에서 자국민 사망자가 발생한 14개국 중 최다 희생자를 냈다.
외신들도 전날 한국 행정안전부의 브리핑 이후로 일제히 이번 사태가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고로 공공장소 내 대규모 집회만을 관리하는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참사 이틀 전 용산구는 코로나 예방, 거리 청결, 마약류 사용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10만 명의 군중을 통제할 준비나 좁은 골목에서 인파가 질식할 가능성은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한국 경찰은 정치적 시위가 열리면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하지만 토요일 밤에는 그러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NYT는 사고 당시 단 137명의 경찰이 배치됐고 군중 통제가 아닌 성추행, 절도, 마약 사용 등에 집중했다면서 “정부 측이 침묵하다가 ‘허를 찔렸다’고 변명하는 사이 많은 사람들은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것이 명백함에도 인파 통제를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시 현장 경찰이 교통 규제를 하지 않았다”며 “충분한 보행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면 인파의 흐름이 바뀌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니시나리 가쓰히로 도쿄대 교수를 인용해 “일방통행 규제 등 사전 준비의 필요성과 (사고) 위험성을 얕잡아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2001년 당시 일본에서 인파 속 좁은 다리를 건너려던 관람객들이 연달아 쓰러져 11명이 사망한 ‘아카시 불꽃놀이 보도교 사고’를 언급하고 “일본은 과거를 교훈 삼아 혼잡 경비를 강화했다”면서 이후 경비 체제를 개정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 때는 지역 경찰 본부가 사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