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가난한 사람


- 정호승


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가난하다

별을 바라보다가

별똥별이 되어 사라지는 사람은 가난하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가난하다

꽃을 바라보다가

인간의 아름다움이 부끄러워

한 송이 지는 꽃이 되는 사람은 가난하다


가슴속에 새를 키우는 사람은 가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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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갈 수 있도록 드디어

가슴의 창문을 활짝 열어주는 사람은 가난하다

진흙으로 빚은 귀를 지니고

봄비 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가난하다

밤새워 봄비 소리를 들으며

흙 속을 기어 다니는

벌레가 된 사람은 더욱 가난하다

별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별을 바라보다가 생애의 마지막을 별똥별처럼 빛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가난하다. 꽃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꽃을 바라보다가 꽃잎으로 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가난하다. 가슴속에 새를 키우지 못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새가 날아가도록 가슴 창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진흙으로 빚은 귀를 스테인리스로 빚은 줄 알고 장맛비를 맞는 사람은 가난하다. 자신을 낮추어 세상을 높이는 법을 알지 못하고, 자신을 높여 세상을 짓밟는 이는 가난하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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