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로터리] 자유는 기술패권에서 나온다


양향자 국회의원(광주 서구을)







지난 10월 20일, 3년 만에 열린 한미재계회의의 주제는 ‘기승전 IRA’였다. 이날 한미 재계는 IRA 통과로 인한 한국산 전기차 세금공제 제외는 한미 FTA와 WTO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고 양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정부의 본격적인 IRA 후속 조치는 다음주에 있을 미국 중간 선거를 기점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외교전, 협상전, 여론전뿐 아니라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4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WTO, FTA에 제소하는 전략이다. IRA는 한국과 미국 간의 기업과 제품에 대해 차별을 금하는 ‘NT조항’과 한국의 최혜국 대우 혜택을 보장하는 ‘MFN조항’ 위반한다. EU, 일본 등 IRA의 피해를 입은 나라들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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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법의 시행령을 우호적으로 고치는 전략이다. 대외 관계를 중시하는 국무부와 USTR에 대한 우회적 공략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한국과 일본 등 미국 우방국의 반발을 전달하고 앞으로 칩4, IPEF 등 한미 경제협력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것이다.

셋째, 상·하원을 통한 입법 수정 전략이다.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상·하원의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코리아스터디그룹 소속 의원 등이 주요 설득 타겟이다. 현재 미국 내부에서도 IRA 법안의 불합리함과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간선거 결과를 토대로 의회의 입장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넷째, 미국 경제계를 통한 여론 압박 전략이다. 지난 8월 3일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넌 스미스, 前연준의장 로버트 헬러, 前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케빈 해싯 등 미국 경제학자 230명이 “IRA가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악화시켜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반대 성명을 냈다.

IRA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강화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해 IRA를 포함해 칩4 동맹 결성 제안, 반도체 지원법 통과, 반도체 대중국 수출규제 강화 등 반도체와 미래차를 중심으로 미국의 산업재건 드라이브는 더욱 공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미국 통상 정책의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냉엄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깨닫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만약 한국이 미국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술 패권이 있었다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을 대체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술력이 곧 신주권인 시대다. 유일한 해법은 기술패권이다. 대한민국을 빼놓고는 글로벌 첨단 산업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을 만큼 실력을 키워야 한다. 대만이 TSMC를 ‘호국신산’이라 부르며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자유는 기술패권에서 나온다. 우리가 기술 우위를 가진 반도체 산업 육성에서부터 출발하자. 이를 뒷받침하는 통과가 시험대이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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