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매 진행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고금리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경우 2020~2021년 수도권 등지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영끌’로 매입했던 주택들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321건에 그쳤던 서울 주거 시설(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경매 진행 건수는 10월 74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 주거 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최대 500건대에 그쳤지만 8월 604건을 기록한 후 지난달에는 700건대를 돌파했다. 전국 주거 시설 경매 진행 건수 또한 올해 1월 3335건에서 10월 3948건으로 613건(18.4%) 증가했다.
각종 경매지표는 통상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시장 하락기 경매 참여자가 물건 응찰을 꺼려 낮아지는 특성을 지닌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대표적이다. 서울 주거 시설 낙찰률은 △1월 27.4% △2월 28.5% △3월 26.7% △4월 34.6% 등 올해 초 30%대 언저리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크게 낮아지기 시작해 9월 14.5%를 기록한 뒤 10월에는 13.3%까지 곤두박질쳤다. 경매 10건이 진행되면 9건은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셈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전국 다수 지역에서 부채 상환 실패로 인한 경매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부채를 활용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젊은 층 ‘영끌족’을 중심으로 부채 위기가 번져 내년 중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