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늘 혼잡하던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경험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31일 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 누리꾼 A씨는 “소름 끼쳤다. 퇴근 시간대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은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뒤엉켜 지옥인데, 오늘은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 채 기다리면서 올라갔다”며 “직원이 통제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단체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눈물이 난다”, “한국은 매일 압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그걸 이제야 자각한 것" 등의 답글을 이어갔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지난 1일 “오늘 지하철을 탔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길래 ‘밀지 마세요!’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다 멈췄다”며 “싸한 분위기가 10초 넘게 유지됐다”고 했다. 이어 “보통은 밀지 말라고 해도 밀어붙이는데 남녀노소가 일제히 멈추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많이 씁쓸하고 조금 슬펐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누리꾼 C씨도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환승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덜 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로를 덜 밀어도 타고 내릴 수 있는 거였구나. 살짝 눈물이 났다”고 적었다.
누리꾼 D씨는 2일 “지하철 타고 출근 중인데 평소 사람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억지로 밀고 타는 환승역에서 아무도 서로를 밀지 않고 무리해서 타지 않았다”며 “늘 들리던 불평과 짜증도 들리지 않았고, 조금 밀면서 내리거나 타야 하는 상황에서 다들 ‘실례합니다’라고 말하거나 조심스럽게 몸을 바짝 말아 지나갔다”고 이전과 달라진 지하철 풍경을 전했다.
이밖에도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 시 밀침이 적어졌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반면 “퇴근길에는 똑같았다”, “경의중앙선은 그런 거 하나도 없이 북적북적했다” 등 여전히 다중이용시설에서 미는 사람들이 있다며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또한 대규모 압사 사고라는 트라우마를 계기로 수도권의 ‘과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지옥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도 일종의 안전 불감증이란 지적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노선별 혼잡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1호선 84%, 2호선 149%, 3호선 141%, 4호선 151%, 5호선 132%, 6호선 96%, 7호선 127%, 8호선 134%, 9호선 75%(급행열차 135%)다.
혼잡도는 열차 1량 당 정원 대비 이용승객 인원으로, 승차인과 좌석 수가 일치할 경우를 혼잡도 34%로 산정한다. 지하철은 1~8호선 혼잡 정보를 ‘여유(80% 이하)’, ‘보통(80~130%)’, ‘주의(130~150%)’, ‘혼잡(150% 이상)’ 4단계로 분류한다. 보통 단계에서는 승객들이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주의 단계에서는 이동 시 부딪힘이 발생한다. 혼잡 단계에 이를 경우 열차 내 이동이 불가하다.
그런데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승객들은 혼잡도가 100%만 초과해도 이용여건이 크게 악화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서울시는 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현장 분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 그리고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석이 끝나면)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바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