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곤충이 사라진 미래…인간 문명도 사라진다

■침묵의 지구

데이브 굴슨 지금, 까치 펴냄





‘204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곤충 꽃가루 매개자의 수가 급감하면서 아몬드, 토마토, 라즈베리부터 커피와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곤충이 꽃가루를 옮기는 작물들의 수확량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똥을 분해할 곤충이 없으니 가축 방목지는 동물 배설물이 쌓여 풀이 자리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해충은 농약들에 점점 내성을 띠게 되었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더 빨리 번식했다. 진딧물 때문에 콩 작물은 아예 죽어버리고 과일도 익다 말고 떨어질 때가 많다.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불러도 식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졌다. 인류가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인 수백만명이 기근으로 사망했고 내전과 국가 간 충돌이 발생했다.”



영국 서식스대의 생물학 교수인 데이브 굴슨이 ‘침묵의 지구’에서 예측한 곤충이 사라진 미래의 모습이다. 그동안 환경 위기에 따른 멸종 논의가 눈에 띄는 야생동물 위주로 이뤄졌다면 저자는 우리의 발 아래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곤충들에 주목한다. 인간들은 흔히 곤충을 징그러운 방역 대상으로 치부하고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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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곤충은 동물 먹이사슬의 원천으로 새·박쥐·거미·파충류·양서류·어류 등 수많은 동물들의 먹이다. 결국 곤충이 없다면 최상위 야생 포식자들도 생존할 수 없다. 곤충은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식물 종의 87%는 꽃가루를 옮겨줄 동물이 필요하며 대부분은 곤충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의 약 4분의 3도 곤충을 통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식물들이 씨를 맺지 못하면 초식 동물들이 생존할 수 없고 인간 역시 2050년까지 100억~120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어렵다.

이처럼 곤충은 지구라는 집을 공유하고 있는데도 전 세계 약 400만 종의 곤충 가운데 인류가 파악한 곤충은 100만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인간은 무엇이 익충인지 해충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살충제, 농약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며 곤충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저자는 곤충은 최초로 육지로 올라온 절지동물이자 가장 먼저 하늘로 날아오른 경이로운 생명체라고 말한다. 이어 그들의 경제적 가치, 멸종 현황과 원인을 살펴보고 원시 서식지 파괴, 비료와 농약, 인공 조명, 외래종의 침입 등이 생물다양성에 심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곤충과 공존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2만2000원.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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