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北核 억제력 강화"…日, 2030년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

◆방위비 5년간 48조엔으로 1.7배 확충…첨단 무기 속속 도입

지정학적 위기 빌미로 군비 확대

여야, 3대 안보전략문서 개정 합의

3단계 장거리 타격 수단 배치 계획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 대폭 늘리고

美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 수입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된 틈을 타 일본이 방위비를 대폭 늘리고 첨단 무기를 속속 도입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당장 향후 5년간의 국방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자체 개발해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올해 말께 ‘3대 안보전략문서(방위계획대강·중기방위력정비계획·국가안전보장전략)’에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북한 리스크를 명분 삼아 사실상 반격 능력(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로 ‘군사강국’ 일본이 동북아 지정학에서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집권 자민·공명당이 3대 안보전략문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자위대의 전투 능력 향상은 물론 탄약 등 방위품 확보, 군대 시설 정비 등으로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방침에 합의했다고 3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안보 지형이 변화한 데다 중국·북한 등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자 외부 미사일 요격에서 더 나아간 ‘반격 수단’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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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선 외교·안보정책의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해 방위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반격 능력은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무력만 보유’하도록 하는 평화헌법 내 전수방위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안보 위협 등 일정 조건 하에서 반격 능력이 자위 조치로 인정된다는 논리를 명시해 위헌 논란을 피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노림수다.

방위성은 개정된 전략을 근거로 3단계에 걸친 장거리미사일 배치를 꾀하고 있다. 최종 목적은 전투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유도미사일을 2030년까지 국내에서 개발해 실전 배치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스크램제트' 엔진 기술을 연구 중이며 내년부터 이를 활용한 극초음속미사일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먼저 미국산 장사정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도입하고 이후 일본산 12식 지대함미사일(SSM)을 개량해 현재 100~200㎞ 수준인 사거리를 1000㎞까지 늘려 2026년부터 실제로 운용할 계획이다. 12식 SSM을 ‘잠수함발사형’으로 개량하는 방침 역시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방위비도 대폭 늘린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이 5년마다 산정하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개정해 향후 5년간(2023~2027년) 방위비 예산을 약 48조 엔으로 편성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 예산(27조 4700억 엔)의 1.7배 규모다. 여기에 해상보안청 예산과 연구개발비 등을 추가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 규모를 2%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일본은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중국의 군사력 확장 등을 이유로 매년 방위비 예산을 늘려왔으며 이번에 수립된 예산안이 실제로 집행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 밖에도 지난달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자위대 통합사령부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연일 군사 체계 강화와 방위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격 능력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정치권 내부에서 신중론이 제기되는 등 여야 간 논란이 있었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억지력 강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재무장에 부쩍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해 주변국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일본이 최근의 안보 위협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군사력을 키울 경우 동북아 군비 경쟁을 더욱 촉발해 오히려 안보 불안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사평론가인 마에다 데쓰오 전 도쿄국제대 교수는 "자위 범위를 넘는 장비라는 인상을 주면 일본에 대한 주변국들의 위력 시위가 늘어나면서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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