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고] '에너지다이어트10’으로 에너지 위기 넘어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에너지의 93% 수입 의존하는 韓

대중교통 이용·난방온도 낮추기 등

범국민적 절약운동 필요한 시점

저소비·고효율 구조 전환 기회삼길






지난달 세계 최대 화학 기업 바스프(BASF)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대폭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발표했다. 이 기업은 올겨울 독일 정부가 가스 배급에 들어갈 경우 3만 9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핵심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스프는 치약·비타민은 물론 기저귀에 필요한 화학물질도 생산한다.

또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암모니아 생산이 중단될 경우 비료 생산 차질로 식량위기 악화의 연쇄 위험도 우려된다고 한다. 에너지 위기로 우리 일상생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올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에너지 위기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위기라 경고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인 지난달 “전 세계가 처음으로 진정한 에너지 위기”에 놓였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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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가스 소비 20% 감축을 목표로 연간 에너지 소비량 10GWh 이상 기업에 에너지효율화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공공건물 온수 중단, 수영장 난방 금지 등 강력한 에너지 절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도 난방 온도 섭씨 19도로 제한, 자동차 카풀 등을 권장하고 에펠탑 소등 시간을 1시간 15분 앞당겼다.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는 1주일에 한 번만 사우나를 하도록 권고했으며 덴마크는 내년 1월부터 오후 6시~자정의 전기요금을 자정~오전 6시보다 7배 비싸게 적용한다고 한다.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세계에서 열 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올 1월부터 10월까지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전년 동기 대비 수입 증가액은 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무역적자(356억 달러)의 2배를 상회한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우리 산업과 경제에 부담 요인임에 틀림없으며, 특히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은 더욱 긴장감을 갖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에너지 효율 개선에 더해 지금은 그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 절약에 모두 동참할 때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겨울철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다이어트10’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공공기관에너지사용제한조치’에 이어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과 ‘에너지효율혁신자발적협약’을 체결했으며 시민단체 및 경제단체 등과 함께 범국민 ‘에너지다이어트서포터즈’도 운영할 계획이다. 7월부터 전국에서 시행중인 전기 부문 ‘에너지캐쉬백’의 참여자를 추가 모집 중이며 도시가스 부문 에너지캐시백도 12월부터 시행된다. 이 외에도 난방 온도 낮추기, 내복 입기, 불필요한 조명 끄기, 대중교통 이용 등 전 국민적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2022년의 에너지 위기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지는 지금의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 자세에 달려 있다.

과거 국제 유가 폭등, 전력 부족 등 위기 때마다 내세웠던 ‘에너지 절약’이 단기적인 위기 모면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에너지 대란을 우리 사회와 산업이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그러한 지혜는 전 국민이 힘을 보탤 때 발휘될 수 있다. 에너지 위기라는 파고를 넘고 산업과 경제의 대전환을 통한 근본적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에너지다이어트10’을 실천해보자.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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