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NGA






2011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의 연락책을 감청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빈라덴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CIA의 지원 요청을 받은 미 국가지리정보국(NGA)은 위성사진과 무인 항공기 촬영 영상 등을 분석해 장소를 좁혀 나갔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한 저택을 유력 은신처로 지목한 NGA는 집 구조를 모형도로 재생해냈다. CIA는 이 자료를 활용해 실전 연습을 마친 뒤 그해 5월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NGA는 빈라덴의 은신처에 있던 사람의 숫자와 성별, 키 등의 신체 정보까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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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산하에 있는 NGA는 CIA, 국방방첩보안국(DC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과 함께 미국의 5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이 기관의 전신은 전 세계 지형 정보를 수집해 첩보망을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1996년 창설된 미 국가영상지도국(NIMA)이다. 2003년 국방수권법에 따라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NGA의 주 임무는 정찰위성·무인기·정찰기 등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다. 하늘과 우주에서 지상을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하늘의 CIA’ ‘하늘의 눈’으로도 불린다.

NGA는 당초 해외 지리 정보 임무에 주력했으나 9·11 테러 이후에는 미국 내 안보와 재난 구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NGA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엄습하기 직전에 예상 진로였던 멕시코만 해안 일대의 고속도로 등을 담은 위성사진 100여 장을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제공해 대비책 마련을 도왔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에도 뉴올리언스 등 피해 지역의 전반적인 교통 인프라 상황을 FEMA에 알려 조직적인 구호 작업이 이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최근 우리나라 국방장관으로는 처음으로 NGA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프랭크 휘트워스 NGA 국장을 만나 위성 영상 수집·분석 분야에서 한국군과 미군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찰·감시 분야에서도 한미 공조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도발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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