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로터리] 온기(溫氣)를 전하는 새출발기금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오늘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 ‘입동(立冬)’이다. 출근길 쌀쌀한 아침 공기가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음을 알려준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추운 계절이지만 특히 취약 계층에는 더욱 혹독하다. 더군다나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의 시대를 힘겹게 버텨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혹한기를 보내야만 하는 우리네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부터 경제적 취약차주의 재기를 돕고 있다. 금융회사 부실채권을 인수해 원금과 이자를 조정하고 상환을 연장하는 채무 조정의 방법이다. 지금까지 약 252만 명이 채무 조정 혜택을 보았다. 이러한 조치들로 IMF 경제위기,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관련기사



이제부터 캠코는 또 다른 취약차주의 재기 지원에 나섰다. 올해 10월 4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적 회복을 돕기 위한 새출발기금이 출범했다. 우리 동네 상인들은 코로나19 방역 기간에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해왔다. 이 과정에서 짊어진 채무의 원금을 조정하고 금리를 감면하며 상환 일정을 조정해준다.

일각에서는 고의로 채무를 연체해 빚을 감면받으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의 연체 차주가 신청할 경우 채무 조정을 거절하고 추가적인 신청도 금지한다. 또한 허위 서류 제출 등이 발견될 경우 채무 조정을 즉시 무효화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올 초 1.0%였던 기준금리가 3.0%까지 숨 가쁘게 올라서며 대출로 영업을 유지해온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94조 2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말 대비 약 309조 3000억 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1조 8000억 원씩 늘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견뎌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이제는 고금리의 혹독한 한파를 견뎌내야 하는 실정이다. 금리 상승 기조와 맞물려 소상공인·자영업자 잠재 부실이 빠르게 현실화된다면 이는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채무를 조정해 재기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공공기관의 당연한 책무다.

선조들은 입동이 되면 ‘날씨점’을 쳤다고 한다.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한 것이다. 올겨울도 녹록지 않은 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출발기금이 우리네 이웃들에게 온기(溫氣)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현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