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 잔액이 조만간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자 은행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공적 기관 보증서를 요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안정 방안 중 하나로 주금공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에 5조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6일 주금공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사업자 보증 잔액은 8조 97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말이면 10조 원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4조 8734억 원)만 해도 5조 원 밑이었으나 3년 만에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연도별 사업자 보증 신규 공급액은 △2019년 3조 6354억 원 △2020년 4조 2291억 원 △2021년 5조 1370억 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9월까지는 4조 4002억 원이 공급됐다.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 세운 사상 최대 공급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주금공의 사업자 보증은 주택사업자의 분양 및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해 주택 수요자의 안정적인 입주를 지원할 목적으로 운영된다. 크게 건설 자금 보증(55.9%)과 PF 보증(44.1%)으로 나뉜다. 건설 자금 보증은 제한이 없지만 PF 보증은 공공택지 100세대 이상, 서울시 200세대 이상, 경기도·광역시 300세대 이상, 나머지 400세대 이상이어야 한다.
주금공의 사업자 보증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건설 업체가 전체의 95.4%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PF 시장이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금융권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금공의 보증 없이는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공적 기관 보증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금공이 선분양 기준 시공 능력 순위 200위 이내, 신용등급 BBB- 이상 시공사가 사업을 맡은 경우에만 보증서를 발행하고 있다”면서 “외부 전문 기관의 사업성 분석 보고서 등 까다로운 서류 절차도 간소화해달라”고 호소했다. 보증 문턱을 낮춰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다.
반면 국회 정무위는 내년도 금융위원회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상승과 건축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사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주택 분양 저조 등 요소로 인해 주금공의 대위변제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더 깐깐한 관리·감독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