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흥국생명發 충격파…투자자 KP물 투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30% 뚝

동양생명 등 다른 금융사도 하락

기업 해외채권 발행 차질 우려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 상환권) 미행사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콜옵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회사들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KP·Korean Paper)을 헐값에 내놓는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액면가 100달러짜리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이 4일 72.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이달 1일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99.7달러)보다 30% 가까이 급락한 수준이다. 콜옵션 행사의 관행을 깨고 흥국생명이 상환을 연장하면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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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금융회사들의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급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까지 떨어졌다.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96.6달러에서 이달 3일 88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7.5달러에서 4일 77.8로 떨어졌다. 다만 매수 심리가 악화되면서 실제 거래량도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여파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예정인 다른 보험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KP물에 대한 신뢰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발행금리가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해외 채권 운용 담당은 “원화채권시장 내 자금 조달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외화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려고 했던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대한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사뿐만 아니라 일반 채권 발행사들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요구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정부 정책이 나오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갈 수 있지만 글로벌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달러 채권의 경우 한국의 정책으로 온기를 퍼뜨리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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