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대우 '현금자산 2조' 안정성 주효…21층 상향 파격설계도 한몫

■자금력이 가른 한남2 수주전…'한남써밋'으로 짓는다

1조 규모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

대우, 760표 중 410표 얻어 '신승'

사업비 전체 책임조달로 조합 설득

360m 스카이브리지 등 설계 눈길

롯데도 증자 등 선제대응 나섰지만

우발채무 불확실성 커져 표심 잃어





총 사업비 규모만 1조 원에 달해 올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권이 대우건설의 품으로 넘어갔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악화 우려 속에서도 대우건설이 롯데건설과 각축전을 벌인 결과 한남2구역 수주에 성공함에 따라 다른 알짜 사업지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한남2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조합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개최한 총회에서 대우건설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908명 중 760명이 참석했으며 대우건설은 이 중 410표를 얻어 342표를 획득한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한남2구역은 한남뉴타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으로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 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약 7908억 원으로 총 사업비가 1조 원에 달하는 대형 정비사업인 데다 한강 변 노른자위에 위치하는 핵심 부지로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올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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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의 시공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는 불법 홍보전과 상호 비방전으로 연결되면서 용산구청이 양 사에 위법 행위 경고 및 주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특히 총회를 사흘 앞둔 3일 열린 부재자 투표 현장에서도 양 사가 지정하지 않은 직원이 투표장이 들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투표가 한때 중단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일파만파 확산된 ‘돈맥경화’에 대한 우려가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과 5000억 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도 체결했는데 롯데건설은 이를 “자금 운용 안정성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하에서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PF 우발채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조합원들이 롯데건설의 자금 조달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대우건설에 승기를 뺏겼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이 제안한 이례적인 사업 조건들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체 책임 조달 △최저 이주비 세대당 10억 원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입주 2년 후 분담금 납부 △조합원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후분양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는데 이 과정에서 2조 2000억 원(3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현금성 자산 등도 함께 강조하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파격적인 설계안도 내놓았다. 대우건설은 ‘한남써밋’으로 재탄생하는 단지의 층수를 기존 원안 설계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내용의 대안 설계 ‘118프로젝트’를 제시했다. 118프로젝트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단지의 최고 층수를 원안 설계보다 7개 층 높은 21층으로 높이며 6개의 주동을 연결하는 360m 스카이브리지(아파트 상층부를 연결한 다리)를 설계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우건설은 이를 통해 기존의 조합 원안 설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한남2구역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1차 합동 설명회에 직접 참석한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대우건설의 대표이사로서 118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사업 조건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겠다”고 밝히며 118프로젝트 실행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은 △3600평 규모의 대규모 중앙 광장 조성 △전 세대 남향 배치 △전용 84㎡ 이상 가구에 가구당 1대의 프라이빗 엘리베이터 제공 △4797평의 하이엔드 럭셔리 커뮤니티도 계획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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