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언젠가 너는 내가 (한국으로) 떠나야 했던 이유를 물을 것이다. (중략) 너와 같은 어린 한국의 아이들이 길에서, 물 속에서, 진흙 속에서, 눈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는 여기 왔다.”
7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6·25전쟁에서 싸우고자 4성 장군에서 중령으로 계급을 낮춰 참전해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 격퇴를 이끈 고(故) 랄프 몽클라르 프랑스 장군의 유족에게 조선시대 지휘봉이 전달될 예정이다.
1951년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이어진 지평리 전투는 유엔군이 대규모 중공군을 성공적으로 격퇴한 첫 전투로 전세 역전과 38선 회복의 발판이 됐다. 지평리 전투 승리의 주역은 프랑스 참전 용사들이었고 몽클라르 장군은 프랑스 대대의 지휘관으로서 전투를 이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인 몽클라르 장군은 6·25전쟁이 터지기 전 중장(4성)으로 예편했다. 6·25전쟁에 프랑스 정부가 대대급 부대를 파견하기로 하자 이 부대를 지휘하려고 중장에서 중령으로 계급을 낮춰 현역 복귀를 신청해 참전했다.
몽클라르 장군은 1950년 12월 당시 생후 11개월인 아들에게 글을 깨우친 후 읽으라며 보낸 편지에서 한국의 미래 세대를 지키고자 참전했다고 글을 남겨 인류애로 무장한 군인 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낸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8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 전투 참전 충혼비에서 열리는 추모식에서 몽클라르 장군의 아들 롤랑 몽클라르 씨에게 조선시대 장수가 사용한 지휘봉 ‘등채’를 전달한다. 이 등채에는 4성 장군의 의미로 별 4개를 새겼다. 프랑스군은 우리 군과 달리 중장이 4성 장군이다.
유족들은 프랑스 참전 용사와 가족 재방한 프로그램에 따라 방한했다.
한편 박 처장은 추모식에 앞서 지평역 인근에 있는 ‘지평면 유엔기념비’를 찾아 헌화·참배하고 지평리 전투 당시 유엔군 프랑스대대 지휘소로 쓰인 지평리 전투 유엔사령부를 방문한다. 박 처장은 이곳에 몽클라르 장군 기념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자치단체와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