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리프킨 "청년들, 가상세계에만 머물면 지구 파멸의 길"

세계적인 미래학자 리프킨 '회복력 시대' 출간 인터뷰

삶의 질·생태관리 관심 커졌지만

현실세계로 나와 적극 참여해야

동양문명 '사회적 개인' 역할 강조

'회복력 시대' 韓 도약 가능성 커

제러미 리프킨./사진제공=민음사제러미 리프킨./사진제공=민음사




“가상세계는 현실세계의 대체제가 될 수 없어요. 청년들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가상세계를 유지하되,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신간 ‘회복력 시대’의 전세계 동시 출간을 기념해 국내 언론과 가진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지구를 구하고 싶어 하지만 밖에 나가지도 않고 그들의 세계는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아바타 하나를 만들어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지구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프킨은 이번 책에서 인간 종이 지난 200년간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을 약탈해 상품화하던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인간은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다시 재생하는 회복력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지난 1만 년 동안 인간은 자연을 인간에게 적응시키며 멸종의 길을 달려왔다. 이제는 다시 인간이 자연에,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적응할 차례”라며 “인류의 운명은 다른 생명체, 우리가 속한 생태계, 인간의 행동력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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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코로나 팬데믹 등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지구를 구하려면 청년들이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리프킨은 “거리에 나와 시위하는 것이나 기후위기를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정치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 공동체에도 참여하고 경제의 미래를 보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프킨은 이미 경제 분야에서는 ‘회복력 시대’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젊은 세대는 성장에서 번영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 과소비에서 생태관리로, 소유에서 접근으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대기업에서 최첨단 중소기업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변화 측면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종말을 맞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세방화(glocalization·세계화와 현지화(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는 2040년쯤이면 회복력 시대의 인프라로 전환할 것”이라며 “새로 부상하는 인프라는 수직 분산형,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완전히 분산형 인프라의 형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회복력 시대’에는 한국의 도약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리프킨은 “동양 문명의 강점은 인간을 자율적 개인으로 보는 서양문명과 달리 사회적 개인으로 본다는 점”이라며 “특히 한국은 오랜 기간 주변 강국의 지배를 겪으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문화적 유전자를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주변 요소들의 연결 고리를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고,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회복력 시대에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선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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