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출근길 1호선 덮친 '압사공포'…"그만 밀어라" 비명

탈선사고 여파 1호선 일부구간 운행 중단

인파 몰리며 승객 호흡곤란 등 불안감 커져

오후 5시 30분 복구완료…전철 정상화

전문가 "안전 인력 증대 방안 마련해야"

7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이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7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이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이 KTX 표를 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독자 제공7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이 KTX 표를 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독자 제공


“사람들 사이에 끼이는 바람에 숨 막혀 죽을 것 같았어요. 이태원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네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7일 오전 8시 30분 구로역에서 숨 막히는 압사의 공포를 느꼈다. 6일 밤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의 여파로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열차 안이 말 그대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의 구로역~용산역 구간 운행이 중지돼 완행열차로 갈아타려는 시민들이 구로역으로 대거 몰렸다. 출근길을 서두르는 일부 시민들이 지각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열차 탑승을 시도하면서 곳곳에서는 “밀지 마라” “다친다” 등 고성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벌어진 지하철 출근길 대란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20대 여성 이 모 씨는 신도림역에서 직장이 있는 종각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열차를 탔다가 식은땀을 흘렸다. 이 씨는 “밀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왔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통제가 안 됐다”며 “이태원 참사 뉴스를 매일 보다 보니 설마 죽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무서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이날 출근길 대란을 겪은 시민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오전 8시 14분께 글을 올려 “1호선 의정부행인데 사람들이 비명 지르고 난리 난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열차 계속 탄다고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데 안쪽에서 ‘그만 미세요’ 소리치는데도 계속 밀고 들어와서 진짜 꼼짝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동역에서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서 지하철에 민원을 넣었다”며 “신고 이후 역에서 역무원들이 나와서 시민들을 통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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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신고도 잇따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오전 8시 13분께부터 오전 9시까지 1호선 개봉역·구로역·신도림역에서 경찰과 소방에 총 12건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신고자들은 대부분 승객 밀집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사고 위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외에도 KTX와 일반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이날 큰 불편을 겪었다. 선로 복구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전 구간의 운행이 중지되면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시민들은 이날 오전 내내 발을 동동 굴렸다.

KTX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박 모 씨는 “표를 변경하려 왔는데 서울역 입구부터 매표소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놀랐다”며 “열차표만 변경하는데도 40분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급히 경부고속터미널로 이동할 생각”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탈선사고 현장 복구작업은 이날 오후 5시 30분 마무리돼 열차 운행이 순차적으로 정상화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오후 5시 30분께부터 수도권 전철 급행과 일반 전동열차 운행은 정상적으로 운용된다. KTX와 일반열차 운행도 재개됐지만, 사고 여파로 연쇄 지연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운행 중지·조정된 열차는 8일부터 정상 운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이 최근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등 향후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 분야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탈선 사고의 주요 원인은 과속과 차량 및 선로의 유지 관리 부실, 신호시스템 오작동 등”이라며 “적자를 감소시키기 위해 코레일이 인력 감축을 시행하고 있는데 안전 점검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우인 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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