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끝났다는 국책 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5월부터 완만하게나마 이어진 회복세가 18개월 만에 끊어진 것이다.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에다 고금리·고물가로 소비심리마저 약화되며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펴낸 ‘11월 경제동향’에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에서 차츰 벗어나던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줄곧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번에는 ‘경기회복 기조’라는 판단을 아예 거둬들였다. 수출은 둔화 폭이 커지고 회복세를 간신히 이끌던 소비마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5.7%로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 9월 5.7%에서 지난달 17.4%로 커졌다.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줄어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고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 91.4에서 10월 88.8로 더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KDI는 “향후 소비 회복이 다소 제약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단기자금 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신용 불안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는 이미 둔화 국면에 진입해 우리 경제가 수출 부진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계 제조업 심리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기준 50)는 9월 49.8, 10월 49.4로 두 달 연속 50 이하로 집계됐다. KDI는 지난달 “(세계 경제의) 둔화 우려가 더욱 확대됐다”고 지적했는데 이번에는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