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킹달러'에 맞서는 中 위안화…디지털 화폐로는 가능할까?[김광수의 中心잡기]

미국의 세계 패권 중심에 있는 달러

위안화 위상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

국제결제 비중, 엔화 제치고 4위로

디지털위안화는 상용화 앞뒀지만

중국의 국제 신용도 뒷받침 필요해






올해 외환, 환율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변동 폭이 큽니다. 그 중심에는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미국과 이른바 '킹달러'로 불리는 미국 달러화가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 못지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화폐가 있는데, 바로 중국 위안화입니다. 달러 패권을 위협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 위안화가 지닌 영향력도 그만큼 올라가는 중입니다.

달러화로 세계 지배한 미국


중국은 자체적으로도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예상치 않게 영향력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달러화에 맞서기 위한 측면도 큽니다만 단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위안화와 달러화의 경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 유독 달러화의 영향력이 큰데 달러화의 움직임은 국내 개인들에게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달러화의 움직임에 따라 증시가 움직이기도 하고 개인들의 대출 금리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전세계 투자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미국 달러화의 파워가 엄청나다는 거죠.

이는 달러화가 국제 결제나 금융거래에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습니다.

기축통화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것은 금입니다. 희소성 때문이죠. 금은 지금도 안전자산의 대표주자라서 자본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가격이 상승하죠. 금은 단점도 명확합니다. 부피와 무게 때문에 무역을 할 때 직접 교환하기 불편합니다.

18세기 이후 전 세계 무역이 증가하며 금을 대신해 기축통화를 차지한 것은 파운드화입니다. 당시 영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이 세계 패권을 거머쥐고 달러화를 기반으로 세계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를 통해 미국은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위안화 위상 높여


어쨌거나 미국이 패권국가로 영향력을 이어오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달러화의 힘입니다. 중국은 이게 못마땅했던 거죠. 미국이 맘에 안 드는데 맞설 방법을 찾다 보니 달러화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필요했습니다. 자신들도 위안화 가치를 높여 글로벌 영향력을 더 키우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빨리 시작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죠.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에 비해 위안화의 가치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결정적 변수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인데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이른바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됐습니다. 러시아 은행들이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금융 전산망에서 퇴출당한 겁니다.

러시아 기업과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과 투자가 모조리 막혔습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달러화를 대신해 우방국가인 중국의 위안화를 대안으로 삼았습니다. 중국은 사용국가가 많지 않지만 이미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갖추고 스위프트에 대항해오고 있었으니까요.


러시아가 실제로 위안화를 더 많이 필요로 하면서 위안화의 가치는 크게 올라갔습니다. 올해 3월1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위안화 기준 환율은 6.3014위안까지 떨어졌습니다. 달러를 바꾸는데 위안화가 더 적게 필요한만큼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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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국제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해진 측면을 적극 활용하려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 결제를 할 때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세계 원유 수입량 1위 국가입니다. 사우디 원유의 26%를 수입하는 큰손입니다. 위안화로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들 경우 그만큼 달러화의 지배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겁니다. 인도 역시 원유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의 석유를 수입하면서 결제 통화로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국제 결제 비중 높아진 위안화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점차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스위프트 결제망의 올해 1월 통계를 보면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3.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달러화(39.92%), 유로화(36.56%)에 크게 뒤지고 파운드(6.30%)에 이어 4위에 그쳤지만 줄곧 4위였던 엔화를 제친 것만 해도 놀라운 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만 해도 위안화 결제 비중은 1%대에 불과했는데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전세계 외환상품시장의 통화별 거래비중을 봐도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러화가 압도적 1위이고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위안화는 5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0여년 전과 비교할 때 위안화는 거래 비중이 3배 정도 늘어났고, 호주 달러를 6위로 밀어냈습니다. 그만큼 위안화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위안화 환율은 올 봄까지만 해도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이후 약세로 전환됐습니다. 킹달러 영향에서 위안화도 자유로울 수 없던 건데요.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여겨졌던 '포치', 즉 1달러당 7위안대가 깨졌습니다. 최근에는 1달러를 바꾸려면 7.2~7.3위안이 필요할 정도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위안화의 환율 변동은 국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와 무역 교역량이 가장 큰 나라인데다 조선, LCD 등의 업종은 한중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죠. 대기업들은 주로 달러 거래를 많이 하지만 갈수록 위안화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고 대기업에 비해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환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큽니다.

디지털 위안화로 달러 패권 뒤엎을까


중국이 디지털 화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약자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불리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중국은 일찌감치 인민은행이 중심이 돼 디지털 화폐 개발에 나선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전국 곳곳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이 CBDC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습니다. 마치 현재 실물 화폐의 기축통화를 달러화가 장악한 것처럼, 디지털 화폐에선 자신들의 디지털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위안화는 중국에서 많이 쓰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다른 점을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와 전자결제의 차이는 적지 않습니다. 일단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만약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에 돈을 넣어뒀는데 카카오와 네이버가 망하면 그 돈을 못 쓰게 될 수도 있죠.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만큼 중앙은행, 즉 나라가 파산하지 않는 한 위험성이 제로입니다.

전자결체와 달리 수수료도 없죠. 상용화가 될 경우 모든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것처럼 매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거죠. 와이파이나 인터넷 등 통신망이 연결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한 것도 특징입니다. 계좌나 신용카드와 연결도 필요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하면 미국 달러 패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위안화의 국제화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는 있을 거로 보입니다.

그러나 화폐는 국가의 신용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지금처럼 중국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 특정 국가들에만 신뢰를 주고 다른 나라에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중국이 디지털화폐 시장에서 앞서 나간다고 해도 사용하는 국가가 많지 않을 겁니다.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달러 패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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