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핵에 대한 북한의 헛된 환상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핵 있으면 누구도 넘볼 수 없다는

허상에 빠져 레드라인 넘어선 책동

美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北 초토화

도발 멈추고 대화의 장에 돌아와야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 서울경제신문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 서울경제신문




북한의 전방위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열흘에 한 번꼴로 단거리에서 대륙간탄도탄까지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 100여 발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쏘아대고 있다. 11월 2일에는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한국 해역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도 이에 대응해 공군기를 출동시켜 NLL 이북 공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채택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의 경제 사정은 더 안 좋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은 무슨 의도로 이렇게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것일까.



북한은 올 들어 한미의 연합훈련 재개를 비난하며 이들 훈련이 북침을 위한 전쟁 각본의 마지막 단계라면서 이에 대해 ‘강화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 강화에 대응해 4월의 연합지휘소훈련(CCPT), 야외 실기동훈련을 부활시킨 8월의 을지프리덤실드훈련(UFS), 미 핵항공모함이 참여한 연합해상훈련, 그리고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스톰에 이르기까지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정천은 ‘무력의 특수한 수단(핵무기를 의미)’으로 대응할 것이며 공격 기도 시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박정천의 첫 담화 하루 만인 3일 오전 화성 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뒤이어 다수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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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의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지만 분명한 점은 북한 미사일이 급격한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다양화, 생존성 강화, 미사일 방어망 돌파력 강화, 재래식·핵 공격이 모두 가능한 실전 배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탄을 결합해 대미 핵 억지력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전술핵 개발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은 핵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로도 사용 가능한 비대칭 무기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 국가로서 대외 억지력과 더불어 국제적 영향·위신 과시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는 정치적 동기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집권 10년간 경제 실패 및 미중 전략 경쟁 심화로 인한 외교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대내외에 과시할 김정은 시대의 성과(업적)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위기 속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이 전략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군사적 필요성이다. 북한은 2017년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대미 최소 핵 억제력 확보는 제한적이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대미 최소 핵 억제력 향상 및 재래식 군사력 축소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핵 물질(고농축우라늄·플루토늄·중수소·삼중수소)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위력이 큰 핵탄두를 비롯해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확고한 한미 확장 억제 협력과 더불어 우리 자체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11월 3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은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 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 전략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확장 억제와 함께 우리 군이 추진 중인 3축 체제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3축 체제는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추격·타격하는 킬체인(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한의 공격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윤석열 정부 북핵 대응의 핵심이다. 거기에 더해 전 국민이 단합해 결연한 대응 의지를 굳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핵무기만 있으면 미국이 절대로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가진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북한을 초토화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과 미사일이 허망함을 깨닫고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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