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KT 호실적 발표한 날…구현모, 연임 도전장

3분기 영업익 4529억 두자릿수↑

디지코 전환 등 체질 개선 지휘

이사회 연임 우선 심사 진행키로

자회사 IPO·전국망 장애는 오점

최대주주 국민연금 선택도 변수


구현모 KT 대표가 3분기 호실적을 발판으로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취임 당시 ‘12년 만의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주목 받았던 구 대표는 ‘디지코’ 전환으로 매해 호실적을 거두며 KT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임 황창규 회장 시절 벌어진 뇌물 공여 혐의와 지난해 발생한 전국 통신망 장애 등은 오점으로 꼽힌다. 명암이 확실한 구 대표가 황 전 회장에 이어 6년간 KT를 이끌 수 있을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성공한다면 2026년 3월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사진제공=KT연임 도전을 선언한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성공한다면 2026년 3월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사진제공=KT





8일 KT는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데 따라 이사회가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KT 대표 선정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현직자의 연임 여부를 우선 심사한다. 연임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구 대표가 단독 후보로 주총에 오른다. 만일 연임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새 대표 후보군을 구성해야 한다.

구 대표의 지난 3년은 실적 측면에서는 흠 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다. 이날 KT는 매출 6조4772억 원, 영업이익 4529억 원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 18.4% 증가한 수치다. 구 대표 취임 직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5%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205%로 3배 이상 뛰었다. 연이은 호실적에 구 대표 취임 당일 1만9700원에 불과했던 KT 주가는 이날 3만6500원에 마감했다.





구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추진한 ‘디지코’ 전환이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따른다. KT는 탄탄한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증가세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B2B·클라우드 등 ‘ABC’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AI를 바탕으로 한 B2B 플랫폼 사업(DIGICO B2B)은 3분기 누적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어났다.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7% 증가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기반 B2B 고객 대상 사업(Telco B2B)도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9% 늘었다.

관련기사



미디어, 금융 등 그룹사도 뛰어난 실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3분기 KT스튜디오지니, 나스미디어 등 콘텐츠 자회사 매출은 ‘우영우' 대성공에 전년 동기보다 24.7% 늘었다. 이 기간 BC카드·케이뱅크 등 금융 매출도 10.8% 증가하며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날 GSMA(세계이동통신협회)는 구 대표를 이사회 멤버에 재선임하며 디지코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오점도 존재해 연임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이날 자회사인 밀리의 서재는 수요부진에 기업공개(IPO)를 철회했고 케이뱅크도 연내 기업공개(IPO)가 불투명하다. 실적 외적인 측면에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KT 전국망 장애 사건이 발목을 잡는다. 법적 리스크도 있다. 구 대표와 KT 전현직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구 대표는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KT는 이 때문에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국내 1호 기업에 꼽히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손을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연초 박종욱 KT 사장의 사내이사·공동대표 선임을 비토해 낙마시킨 바 있다. 때문에 최근 신한은행·현대차 등과 KT의 지분교환이 국민연금을 넘어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에도 KT 대표 자리는 정권 입김을 피할 수 없었다"며 "구 대표 임기가 정권 교체기에 종료돼 실적 외적인 변수가 많다”고 했다.


윤민혁 기자·강도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