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서 시민들을 도운 구조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에는 사고 당시 구조현장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로 혼란이 거듭되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긴급 재난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라며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팀,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 등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이 카톡방에 모여 정보를 주고 받는 등 긴급 재난상황에 대응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측은 29일 오후 11시 10분 “해밀톤호텔 후면 쪽에 다수 사상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도 “의료소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중앙응급의료상황팀 직원들은 현장에 즉시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11시 41분 “의료진 조끼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통제해 현장 진입이 안된다”, “이런 식이면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못 시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4분 뒤인 오후 11시 45분에도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 진입을 못했다”며 “자꾸 이러면 저희 다 철수하겠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서 사망자와 생존자의 병원 이송을 두고 혼선이 빚어진 정황도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 직원은 지난 30일 오전 1시 39분에 “망자 관련해 남은 30여명을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하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중앙상황팀 관계자는 “이러지 마시라. 망자 지금 이송하지 마시라.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한다”고 답했다.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 직원이 오전 1시 45분에도 “사망 지연환자 이송 병원 선정을 요청한다”고 하자, 중앙상황팀에서는 “저희가 안 할거다.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답했다.
이로부터 3분 뒤 대화방에는 노란색 점퍼를 입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진과 함께 “복지부 장관님 나오셔서 현 상황 브리핑 받고 계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조 장관에게 “권한을 사용해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이송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참사 현장에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장에는 있는데 역할을 하지 못한 유령과 같은 존재였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또 당시 조 장관이 노란색 민방위복에서 녹색 민방위복으로 갈아입은 사진을 제시하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점퍼를 바꿔입는 일이 우선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매뉴얼상 현장은 긴급구조통제단장, 소방서장 통제 하에 현장의 응급 의료소장이 지휘하게 돼 있다”며 “시신은 원래 임시 영안소에 안치되지만, 이 경우는 너무 사람이 많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 시신이 몰린 경향이 있으나 그것으로 인해 응급환자 치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