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만희 패스파인더 대표입니다. 패스파인더(pathfinder)는 ‘길을 찾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여행을 통해 50+ 신중년들의 삶과 일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경로를 찾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남원, 강릉, 인제 등 ‘지역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과 시니어를 잇고 관계인구와 팬슈머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저는 20대부터 25년 동안 인생 전반의 커리어를 주로 IT분야의 신규사업 개발에 집중해왔는데요. 퇴직 전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부서에서 일하다, 퇴직 후 ‘앙코르파트너즈’를 설립하고 신중년에 대한 연구 등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패스파인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회적 경제를 처음 알게 된 건 마흔 즈음이었어요. ‘내가 앞으로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부쩍 진로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던 시기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당시 다니는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죽을 때까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일만 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귀촌도 고민해봤었어요. 스콧 니어링, 헬렌 니어링의 책들을 읽고 ‘귀촌을 해서 지역에 기여를 하면서 살면 어떨까’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짧지만, 귀농학교도 참여했었고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과 활동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차, 우연히 신문에서 ‘사회적경제’ 특집 기사를 봤고 제가 다니던 기업이 특히 큰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 후 사회적경제 관련 도서를 찾아 읽기도 하고, 회사에서 하는 프로보노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를 경험하게 된 거죠. 부서 역시 신규 비즈니스 개발팀에서 CSV(Creating Shared Value,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 팀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기존 직장에서 3년간 사회적 경제 관련 일을 하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어요. 병가를 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삶에서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복귀 후 1년 정도 더 CSV 업무를 하면서 나를 포함한 중장년의 인생 후반 일과 활동을 돕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몇 개월 지나 퇴사하고,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는데 그때가 4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때 ‘앙코르브라보노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중장년 전직지원과 교육컨설팅을 주로 하면서 프로보노 활동과 커리어 펠로우십, 멘토링 등 50+ 신중년의 경제 활동에 필요한 활동을 했어요. 그렇게 사회적 경제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 오랜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시니어’라는 키워드를 고수해왔는데요.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 서울시50플러스재단, 그리고 지금의 패스파인더까지. 저 역시 시니어의 반열에 들어섰기에 제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더 집중해서 연구하며 기반을 다져올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 고민과 문제로부터 시작한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해올 수 있었습니다. 창업은 수익 창출이 우선적이지도 않았고요. 제 또래 중 많은 분이 퇴직을 앞두고 치킨집, 편의점 등 자영업을 하려 하는데 분명 그 길 말고도 다른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기필코 그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자영업만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면서 내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 거죠. 제 세대는 사회에서 혜택과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제 개인의 경우를 보더라도 완전 풍족하진 않지만 나름 대기업에서 20년을 다녔으니 중산층에 속하고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는지 모르지만, 사회로부터 나름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정년을 꽉 채우기보다 조금 일찍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나 자신을 포함한, ‘중년의 인생 2막’이 실감 나게 다가온 문제였던 거고요.”
- 내외면을 가꾸는 루틴이 있다면.
“낭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것들을 꾸준히 하려 합니다. 음악을 듣고 식물을 가꾸고 캠핑을 하는 등의 감수성을 찾는 취미들을요. 너무 바쁠 때는 좋아하던 음악이라도 찾아 들으려고 하고 있어요. 여행을 다루는 일이지만 여행을 일로만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패스파인더없이 혼자 여행하며 지내다 보면 싫증이 났을 것 같아요. 목표와 주제가 있는 여행을 다른 신중년분들과 함께 하니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여행, 이야깃거리를 찾는 여행을 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 패스파인더에서 ‘살아보기’를 하며 만난 사람 중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다면.
“올해 열었던 ‘남원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인원 모집이 평소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이 팀이 기억에 참 많이 남는데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 중 여섯 분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계속 연락을 이어 가더라고요. ‘남원을 위해 작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꾸준히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는 거죠.
제가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하며 늘 강조하는 관계인구, 팬슈머의 개념을 정말 잘 이해해준 분들이라 생각해요. 살아보기가 하나의 이벤트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로컬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분들이죠. 작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만난 분들이 제겐 든든한 파트너가 된 거예요. 이렇게 관계인구와 팬슈머가 늘다보면 지역 사회의 인식도 분명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 로컬과 신중년이 가까워지는 데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신중년들이라고 그러면 아직까지 용어 자체도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아직까지도 퇴직하고 난 중년들을 ‘어르신’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요. 지역일수록 더 그렇죠.
하지만 오히려 중년일수록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비교적 탄탄한 자본이 있습니다. 로컬은 중년이 새로운 일과 활동을 도전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어요. 중년과 로컬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설 역시 보충이 필요합니다. 1~2년 단위로 살 수 있는 집은 있지만 여러 인원이 한 달 가량 마을을 체험해볼 수 있는 ‘한달 살기’ 숙소는 마땅한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조금 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살아보기 전용 숙소가 있다면 중년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패스파인더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패스파인더의 취지와 프로그램에 공감해주는 분들과 멤버십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관광공사 바우처 사업을 지원받아 로컬 관련 앱도 개발 중입니다. 앱을 포함한 지역살이 플랫폼이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흩어진 멤버들을 응집시켜주는 허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첫사랑 같은 남원 그리고 강원도 인제에서도 지역 살아보기와 팬슈머 사업을 더 크게 진행해 관계인구의 다양한 사례를 창출하고자 합니다.”